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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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가율 상승에 갭투자 ‘꿈틀’… ‘영끌’엔 대출 회수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 두달째 ↑
수도권 전세가율 집값의 65.5%
해운대·파주·김포·천안 서북구
갭투자 수요 몰리며 집값 들썩
공공임대 확충안 포함
정부, 주중 전세대책 발표 유력

정부가 연이어 강도 높은 대책을 쏟아내며 집값 상승세는 진정되고 있지만, 전셋값은 새 임대차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 이후 줄곧 강세를 유지해 전셋값과 매매가격의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다. 수도권 전세가율이 2개월 연속 상승했고,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세불안에 다시 갭투자 ‘꿈틀’

15일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은 54.2%로,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지난 8월 53.3%였던 전세가율은 9월 53.6%로 0.3%포인트 오른 뒤 10월에는 0.6%포인트로 상승폭이 커졌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2개월 연속 상승한 것은 2016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은 8월 63.9%에서 9월 64.7%, 지난달 65.5%로 상승했다. 소폭이지만 6개 광역시와 지방의 전세가율이 오르면서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도 2개월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집값이 무섭게 치고 올라가며 하락세를 유지했던 전세가율의 반전은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폭등한 영향이 크다. 전세가율이 높아지면 더 적은 자금으로도 전세를 끼고 집을 살 수 있다. 갭투자를 하기 유리해진다는 의미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갭투자는 비규제지역에 몰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을 가지고 갭투자가 가능한 데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서울보다 집값 상승 여력이 클 것이라는 기대감이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이날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갭투자 매매가 증가한 지역은 부산 해운대구(95건), 경기 김포시(94건), 경기 파주시(88건), 충남 천안시 서북구(83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모두 아직 비규제지역이지만 조만간 정부가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한 곳이다.

비규제지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까지 가능하고, 2주택자도 취득세가 1∼3%에 불과하다. 이 중 전세가율이 높은 일부 지역에서는 취득세와 중개비용 등을 합쳐 3000만원이면 충분히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 경기 김포시 풍무동 ‘당곡마을 월드메르디앙’(80.2㎡)의 경우 지난 9월 초 2억3500만원에 팔렸는데, 한 달 남짓 지난 10월 말에는 똑같은 가격에 전세계약이 체결되기도 했다. 전세가율이 100%에 달한 셈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비규제지역에서는 무주택자뿐 아니라 1주택자와 2주택자도 갭투자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실수요에 더해 투자 수요까지 가세할 경우 집값 추가 상승이 불가피한 만큼 지방 부동산 시장이 어려워 규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인식도 이제는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만간 전세대책 발표할 듯

정부는 1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공공임대 물량을 최대한 늘리는 내용을 담은 전세대책을 발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정부는 지난 11일 이 회의를 열 계획이었으나 해당 회의를 비공개 녹실회의(관계장관회의)로 대체한 바 있다. 당시 녹실회의에는 홍 부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호승 경제수석이 참석해 전세난이 발생한 지역에 더 많은 공공임대 주택을 더 빨리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단기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을 애초 예상되던 수천호 수준을 훌쩍 넘어서는 수만호 수준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1분기까지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물량을 집중적으로 끌어모으고 있다. 현재 공실인 주택을 정부가 매입하거나 임대해 전세로 다시 내놓는 기존 주택 매입·전세 임대주택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더불어 민간임대를 통해 전세주택을 공급하는 방안, 기존 공공임대 주택 공급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질 좋은 중형 공공임대아파트’ 공급 방안도 이달 중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질 좋은 중형 공공임대는 면적을 기존 60㎡에서 85㎡로 늘린 공공임대주택이다.

 

◆“영끌마저…해도 너무한다” ‘흙수저 고소득’ 신용대출 규제 분통 

 

정부가 최근 고소득자의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은 신용대출 증가세가 위험 수위라는 경고음이 켜진 데 따른 고육책이다. 일부 신용대출이 부동산으로 흘러들어 거품을 키운다는 판단에 따라 핀셋 규제 카드를 집어들었다. 그러나 집값이 수억원씩 치솟자 울며 겨자 먹기로 ‘영끌’해 집을 마련하려던 이들은 “해도 너무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근로소득과 주택담보대출을 합쳐선 집값을 대기 불가능한 상황에서 신용대출까지 막음에 따라 ‘금수저 현금 부자’만 집을 사라는 얘기냐는 불만이 나온다.

 

1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연소득 8000만원 초과 고소득자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살 때 신용대출을 1억원 ‘초과’해 받으면 오는 30일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된다.

 

이번 대책이 시행되면, 연소득 8100만원 직장인이 이미 주담대 4억원에 신용대출 1억원을 받은 상태에서는 추가 신용대출이 불가능하다. 같은 조건의 직장인이 주담대 2억원에 신용대출 1억원을 끼고 있는 경우 DSR 40% 한도인 1900만원까지 더 빌릴 수 있다.

 

또 오는 30일부터 1억원 넘게 신용대출을 받은 뒤 1년도 안 돼 규제지역에서 집을 사면 2주 안에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30일 전에 이미 신용대출이 1억원 이상인 이들은 해당되지 않는다.

 

정부는 고소득자의 일부 신용대출이 자산거품을 키운다고 보고 칼을 빼들었다. 최근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 증가율은 8월 15%, 9월 16.2%, 10월 16.6%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신용대출 급증이 잠재적 위험이 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경고음이 잇따랐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신용대출을 옥죄자 시장에서는 ‘흙수저 고소득자’의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졌다는 반발이 터져나왔다. 현재는 규제지역에서 9억원 초과 집을 살 때 주담대에 은행 40%, 비은행 60%의 DSR가 적용된다. 부부가 각자 1억∼2억원씩 신용대출을 받으면 주담대외에 추가로 2억∼4억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 30일 이후에는 이 같은 우회로를 택하기가 힘들어진다.

 

30대 직장인 A씨는 “소득은 적고 부모가 현금을 지원하는 금수저만 집을 사라는 얘기냐”며 “대출을 막기 전에 정부가 주택 공급을 늘리고 외국인 투기부터 규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아파트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주담대 규제에 대한 우회로로 사용되던 신용대출을 조이는 것은 무주택자들에게 사실상 집을 사지 말라는 얘기”라면서 “무주택자에 한해선 신용대출 규제를 풀어주는 ‘당근’도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주담대·신용대출 규제는 서민에게 규제지역이 아닌 곳으로 이주하라는 의미일 것”이라며 “비규제 지역은 출퇴근이 힘들거나 학군이 좋지 않은 등 비선호 지역일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영끌’해서라도 남아 있으려 하는데, 그러한 수요를 정부가 고려하지 않는 듯하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이번 대책으로 일부 신용대출의 자산시장 유입차단 효과가 기대되며, 이에 따라 서민·소상공인의 주거 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청년·신혼부부·무주택자 등을 위해 규제지역에서 정책 모기지 공급 등 다양한 보완방안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세준·송은아·남정훈 기자, 세종=우상규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