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석(34)은 남자 프로배구에서 이견이 없는 ‘원톱’ 센터다. 리그 최고 속공과 절묘한 블로킹 능력을 동시에 갖춘 그의 영향력은 센터 포지션을 넘어설 정도다. 날개 공격수가 각광받을 수밖에 없는 배구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중앙에서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2018∼2019시즌에는 현대캐피탈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센터 최초로 최우수선수상(MVP)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지난 13일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이 단행한 3대3 트레이드는 배구팬들에게 충격이었다. 그 안에 신영석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리빌딩에 나선 현대캐피탈은 세터 김명관(23), 레프트 이승준(20) 등 2명의 유망주와 2021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고 세터 황동일(34), 레프트 김지한(21)과 함께 국내 최고 센터 신영석을 포기했다.
대신 한국전력은 신영석의 ‘승리 DNA'를 원했다. 라이벌 삼성화재와 OK저축은행 등에 밀려 만년 2위에 머물던 현대캐피탈은 지난 2016년 신영석을 우리카드에서 트레이드해온 뒤 비로소 리그 정상에 올랐다. 오랫동안 리그 최약체였고 올 시즌도 개막 7연패에 빠져있던 한국전력은 승리 DNA를 갖춘 최고 센터를 얻기 위해 팀의 미래 자산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이런 한국전력의 투자는 곧바로 결실을 봤다. 신영석이 트레이드 후 첫 경기에서 맹활약하며 팀을 연패에서 구해낸 것. 신영석은 지난 15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2020~2021 V리그 경기에서 팀의 3-1 역전승을 이끌었다. 특유의 탄탄한 속공과 블로킹에 서브에이스까지 기록하며 8득점한 것 외에도 다수의 유효블로킹으로 대한항공 강타를 약화하며 그동안 불안했던 한국전력의 수비에 힘을 보탰다. 여기에 베테랑 리더십까지 발휘하며 한국전력이 기대했던 모든 것을 한 경기 만에 보여줬다.
그의 가세로 한국전력은 순식간에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기존의 박철우, 러셀 등 날개공격수에 최고 센터가 더해져 중앙과 측면을 아우르는 공격라인이 완성된 덕분이다. 여기에 신영석이 특유의 승리 DNA까지 가미해 만년 꼴찌 한국전력의 체질을 개선할지가 올 시즌 V리그 남자부의 흥미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