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지는 계절이 오면 꼭 굴이 생각난다.
보들보들한 보쌈과 아삭한 배추김치, 그리고 굴을 함께 입에 넣으면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버터와 와인에 살짝 볶은 굴은 겨울철마다 먹는 특별식이다.
오늘의 메뉴는 굴 뮈뉴엘이다.
#바다향 가득한 영양만점 제철 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오는 퇴근길, 시장한 배를 움켜잡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갈 때면 오늘 저녁엔 무엇을 먹지 하는 고민마저도 하루를 끝마치는 소소한 행복한 시간이 된다. 신기하게도 각기 다른 계절마다 생각나는 메뉴가 있는데 봄이면 꼬막무침과 두릅, 여름이면 냉면과 버터구이 옥수수, 가을이면 대하와 전어구이 그리고 지금처럼 겨울이 다가오는 시기에는 굴이 생각난다.
11월부터 제철인 굴은 바다의 향을 머금은 영양 만점의 완벽한 식재료이다. 굴을 넣어 끓인 굴미역국, 굴국밥은 아침 해장용으로 그만한 것이 없다. 석화는 입안에 맴도는 탱글탱글한 식감과 진한 바다향이 소주와 완벽하게 궁합이 맞는다. 호텔에서 근무할 적에 일 끝나고 선배들과 함께 찾은 종로의 한 포장마차에서 먹은 굴과 보쌈, 김치, 막걸리의 조합은 마치 와인과 음식의 마리아주에 지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처럼 강렬한 인상을 깊이 새겨주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나 또한 해산물을 그리 즐기지 못하고, 또 생굴을 먹는다는 건 어찌 보면 대단한 모험 중에 하나이기도 했는데, 선배님의 강력한 권유로 한입 쌈에 싸먹은 그 맛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부드러운 보쌈과 아삭한 무김치를 씹다 보면 미묘하게 탱글거리는 굴이 혀 안을 돌아다닌다. 목구멍으로 삼키면 마지막에서야 다른 재료에 묻혀 있던 굴의 은은한 바다향이 입에 도는데, 그때에 막걸리를 입에 한 모금 머금으면 그 오묘하고 진한 맛의 조합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굴은 참 다양한 요리로 변신을 한다. 석화 채로 찜을 해먹기로 하고 그릴에 구워 먹기도 한다. 알맹이를 쏙쏙 빼서 국을 끓이면 그 국물의 맛은 시원하고 깊은 맛을 낸다. 신선한 굴을 흐르는 물에 살짝 씻어 초장을 찍어 먹는 게 제일이기는 하다.
생굴은 보쌈, 김치 조합에 정말 잘 어울린다. 생굴을 레몬드레싱에 살짝 버무린 뒤 다진 허브를 뿌리면 서양식 요리의 색다른 맛을 낼 수 있다. 나는 통통한 굴만 골라 버터와 화이트 와인에 살짝 볶은 후 청양고추, 다진 파슬리를 뿌려 먹는 방식을 좋아한다. 갈색 버터에 익어가는 굴과 뜨거운 기름에 닿으면 올라오는 파슬리의 은은한 향이 함께 섞이면 화이트 와인 한 병은 정말 눈 깜박할 사이에 사라진다.
서양에서도 굴은 꽤 사랑받는 식자재이다. 바람둥이 카사노바가 앉은 자리에서 굴을 50개 이상 먹었다는 일화는 꽤 유명한 일화이다. 예전 프랑스 리옹의 시장을 방문했을 때에 음식점 입구마다 굴을 한 바구니씩 꺼내놓고 즉석에서 굴을 까주던 모습이 기억난다. 레몬즙을 뿌려 그 자리에서 후루룩 굴을 마시듯이 먹는데 한자리에 서서 스파클링 와인과 굴을 먹는 그 광경이 마치 우리나라 길거리에서 떡볶이를 먹는 것처럼 정감 가는 모습이다.
또 대만에서 먹은 굴 오믈렛은 별미 중에 별미였다. 간식으로도 반찬으로도 손색이 없다. 계란과 굴은 꽤 궁합이 잘 어울린다, 계란탕에 굴을 몇 개 넣으면 그야말로 뽀얀 국물 우러나는 고급요리가 된다.
이 사랑받는 굴은 언제부터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먹게 된 걸까. 한국에서는 그 식용의 역사가 상당히 오래되었는데 선사시대 조개더미 화석에서도 식용의 흔적이 남아 있다. 유럽에서는 로마인들이 특히 굴을 많이 먹었고, BC 1세기에는 나폴리에서 양식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한국에서도 태종실록에 굴 양식에 대해 나와 있는데, 꽤 체계적이고 고유한 기술로 굴을 양식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서해, 남해 일대의 갯벌은 굴 양식을 하기에 최적의 환경요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모든 연안에 분포하고 있는 굴은 겨울이 다가오는 시기가 되면 어디서든 제철 굴을 맛볼 수가 있다. 재배 환경이 좋다 보니 다른 나라에 비해 굴 가격은 낮은 편이지만 최상의 굴을 좋은 가격에 맛볼 수 있는 행복한 나라이기도 하다.
#다양한 굴의 종류
우리가 흔히 접하는 굴은 ‘참굴’로, 양식이 용이하고 한반도 전 연안에 분포한다. 우리가 ‘굴’이라고 생각하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양의 굴이다. 보통 가을부터 초봄까지 굴을 먹는데 산란기인 여름에는 영양가가 떨어지고 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비타민과 철분, 아미노산 함량이 높기 때문에 빈혈에 특히 좋다고 전해져 있고 고영양식품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흔히 바다의 우유라고도 한다.
섬진강 하구에서 분포하고 있는 ‘벚굴’도 있다. 강에서 나는 굴이라 ‘강굴’이라고도 불리는데, 강바닥에 붙어 있는 모양이 벚꽃 같기도 하고 벚꽃이 피는 시기에 가장 맛이 좋다고 하여 주로 ‘벚굴’이라고 불린다. 벚굴은 바다에서 난 굴에 비해 비린맛이 적고 덜 짜다. 의외로 여름이 제철인 독도와 동해안 일부 지방에서 나는 굴이 있는데, 바로 ‘바위굴’이다. 크기가 상당히 큰 편이고 이름처럼 돌덩이처럼 생겼다. 멀리서 보면 바위와 구분이 안 갈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굴 중에서도 고급 굴로 취급을 받는다.
오스테리아 주연 김동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굴 뮈뉴엘 만들기
<재료>
깐 굴 100g , 화이트와인 100ml , 파슬리 1g , 무염버터 1Ts , 후추some , 마늘 2톨, 홍합 5알, 양파 30g , 방울 토마토 2ea, 올리브 오일30ml
<만들기>
① 팬에 오일을 두르고 마늘과 양파를 천천히 볶아 준다. ② 마늘향이 은은하게 올라오면 굴과 홍합을 넣고 볶아 준 후 화이트와인을 넣어준다. ③ 와인을 반 정도 졸여주고 버터를 넣어 버무려 준다. ④ 다진 파슬리와 후추, 반으로 자른 방울토마토를 넣고 끓여 마무리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