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풍파 속 내부결속 다지는 윤석열…어떤 메시지 내놓을까?

입력 : 2020-11-23 10:47:51
수정 : 2020-11-23 11:00:07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8월 3일 대검찰청에서 신임 검사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내부 다지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예고한 대면조사를 앞둔 상황에서다. ‘검찰개혁의 저항세력은 검찰’이라는 비판 속에 윤 총장이 일선과의 만남에서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총장은 대검찰청에서 ‘공판중심형 수사구조’ 관련 오찬 간담회를 연다. 이날 간담회에는 일선 검찰청에서 수사구조 개편 업무를 담당하는 검사들이 참석한다.

 

공판중심형 수사구조는 윤 총장이 강조하던 개편 방향이다. 윤 총장은 지난 8월 신임검사를 만난 자리에서 “수사는 소추와 재판의 준비 과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검사실의 업무 시스템 역시 공판을 그 중심에 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 9일 신임 차장검사 강연에서 역시 공판중심 수사구조를 강조했다. 당시 윤 총장은 “공정한 검찰은 형사사법 절차에서 당사자 간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여기에는 당사자주의, 공판중심 수사구조, 방어권 철저 보장 등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윤 총장은 ‘검사들의 배틀필드(전장)는 검사의 방이 아닌 법정’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기로 유명하다. 

 

윤 총장은 이번 간담회에서도 수사구조 개편의 중요성과 함께 공정한 법 집행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간담회가 끝나면 윤 총장은 사회적 약자 보호 검사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는다. 지난주 17일에 이어 이주 연속 일선 검사들과 대면하는 일정이다. 앞선 간담회에서 윤 총장은 갑질 관련 사건을 맡은 부장검사 3명과 평검사 3명을 만났다. 대검 관계자는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번 주 중 윤 총장이 검사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풍파 속에 윤 총장이 내부 결속 다지기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한다. 추 장관은 그동안 윤 총장을 향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며 거취를 압박했다. 검찰총장을 향한 압박이 강해질수록 윤 총장은 내부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추 장관이 채널A 사건과 관련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을 때 윤 총장은 전국 검사장 회의를 소집했다. 또 추 장관을 비롯한 여권에서 수사검사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비판하던 지난 10월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잠시 중단됐던 전국 검찰청 방문 일정을 재개했다. 윤 총장이 지방 방문 이후 대검지검에서 현 정부를 겨눈 원전 수사가 시작됐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타임캡슐 비석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이번 소통 행보 역시 풍파 속 내부 결속 행보라는 시각이다. 법무부는 지난 19일 윤 총장에 대한 대면조사를 진행하고자 했으나 “대검이 협조하지 않는다”며 대면조사를 일정을 철회했다. 법무부는 “향후에도 법과 원칙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조사 재추진 의지를 드러냈지만 대검은 법무부 감찰규정 15조, ‘형사처벌 또는 징계처분 요건이 되는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감찰을 개시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윤 총장은 대검 정책기획관실을 통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서면으로 물어보라”며 “진상확인 차원에서 적절한 방법을 통해 충분히 설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추 장관이 윤 총장의 '감찰 불응'을 문제 삼아 별도 감찰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직무집행 정지 징계까지 내리며 거취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란 관측까지 제기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추 장관과 달리 윤 총장은 내부 간담회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메시지를 던져 왔다”며 “간담회를 통해서 현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