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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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노사, 파업 전야 마지막 물밑협상

노조, 24일부터 나흘간 돌입 예고
업계선 “일단 파업 강행 가능성 커보여”
코로나 재확산 탓에 막판 타결될 수도
노조, 성과급 150% 등 사측 제안 거부
파업 강행 땐 9년 연속 쟁의 ‘불명예’
2년 연이어 무분규 현대차와 대조적
한국GM 또 부분파업… 르노삼성도 불안

기아차 노조의 부분파업 예고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23일 기아차 안팎에서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파업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현재 파업 상태인 한국GM의 임단협과 르노삼성의 임금단체협상 및 파업 여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사는 이날까지 양측의 의견을 좁히기 위한 물밑 교섭을 펼쳤다. 업계 관계자는 이날 “현재까진 파업을 강행할 가능성이 커보이지만, 교섭을 계속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막판 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노사가 마지막까지 교섭을 벌인 배경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시장의 어려움 등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코로나19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9월, 10월 2개월 연속 내수와 수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미국 시장에선 9월 판매량이 현대차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파업으로 인한 생산 손실은 타격이 크다. 업계에서는 이번 나흘간의 부분파업으로 1만대 이상의 생산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차 노조 측에서도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부담이다. 코로나19로 산업 침체와 도산 위기에 몰린 협력업체 등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습관성 파업’이라는 비난이 또 불거지고 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지난 20일 호소문을 통해 “파업에 찬성한 73.7% 기아차 노조의 목소리는 정당한 파업의 근거가 아닌 공동체 모두의 삶에 대한 냉혹한 외면이자 극단적인 이기주의를 상징하는 부끄러운 숫자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난하기도 했다. 올해도 파업이 진행된다면 기아차는 9년 연속 파업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현대차 노사가 코로나19의 위기 상황을 함께 돌파하자는 데 뜻을 모으며 기본급 동결 등 2년 연속 무분규 합의를 일궈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파업으로 인한 임금 손실과 무분규를 전제로 한 우리사주 지급 등의 조건도 백지화될 수 있다.

앞서 기아차 노조는 지난 19일 쟁의대책위원회에서 24일부터 27일까지 하루 4시간씩 조별로 단축 근무하는 방식의 부분파업을 결정했다.

기아차 사측은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파업하지 않을 경우 성과급 150%, 코로나 특별 격려금 12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우리사주 등을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기본급 12만원 인상을 비롯해 영업이익 30% 성과급 배분, 정년 연장(60→65세), 잔업 30분 임금보전 등의 요구에 사측이 응하지 않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GM 노조 역시 이날부터 부분 파업에 재차 돌입했다. 지난달 30일부터 2∼4일씩 끊어 부분 파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번이 다섯번째다. 교섭은 24일 이후 이뤄질 전망이나 합의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르노삼성 노조도 언제라도 파업을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노사는 지난 7월 이후 6차례 본교섭을 이어왔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강경파로 분류되는 박종규 현 노조위원장이 최근 연임하면서 사측의 직영 정비 사업소 매각 검토 등에 반발하며 강경 투쟁이 전망되고 있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