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열린 2020 KBL 신인드래프트는 확실한 대어급이 없어서 전체 1순위도 안갯속이었다. 다만 지명권을 가진 서울 삼성이 가드가 부족해 이번 드래프트에서 최고 가드로 꼽히는 연세대 박지원(22)이 1순위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삼성은 현재보다는 미래를 보고 역대 최초로 고졸 차민석(18·제물포고)을 1순위로 선택했다. 결국 박지원은 2순위로 부산 KT에 지명됐다.
이를 아쉬워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박지원이 가장 먼저 호명됐다면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우리은행에 지명된 박지현(20)과 함께 남녀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에서 ‘남매 1순위’가 탄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빠의 2순위 지명 소식에 동생 박지현은 “솔직히 (실망했을까 봐) 걱정을 했다. 오빠에게 전화했는데 생각보다 목소리가 밝더라”고 말했다.
비록 남매 동반 1순위 지명은 실패했지만 더 큰 역사를 만들 기회가 남았다. 바로 남매 동반 신인상 수상이다. 박지현은 데뷔 시즌 기대대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며 신인상을 거머쥐었기에 이제 오빠 박지원의 차례다.
비록 2순위지만 박지원의 신인상 수상 가능성은 차민석보다 커 보인다. 차민석은 아직 세기를 다듬어야 할 시점이라 당장 출전기회가 많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비해 박지원이 KT에 지명된 것부터 유리하다. KT 간판 허훈과는 연세대 시절 함께 코트를 누비며 좋은 호흡을 보여줬기 때문에 서동철 KT 감독이 이를 활용할 여지가 충분하다.
박지원은 “2순위라도 전혀 아쉬운 것은 없다. KT에 뽑힌 것에 너무 만족한다”면서 “신인상을 받으면 좋지만 그것만 바라보면 나와 팀에 안 좋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면 결과는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고 밝혔다. 동생 박지현도 “프로에서 같이 책임감을 갖고 뛰자고 했다”며 오빠를 응원했다.
송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