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법정 공방으로 시작한 직원 간 다툼이 결국 살인사건으로 번졌다. 새마을금고 전(前) 임원이 대립을 빚어오던 동료 2명을 살해한 것이다. 범행은 계획적이었다. 용의자는 미리 준비한 흉기로 직원들을 찌른 뒤 독극물을 마셨다. 결국 용의자는 중태에 빠졌고 범행 사흘 만에 숨졌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살인 혐의를 받는 A(67)씨가 범행 직후 독극물을 마셔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4일 오전 11시20분쯤 대구시 동구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소지하고 있던 흉기로 직원 B(48)씨와 C(39·여)씨를 잇따라 찔렀다.
무방비 상태였던 B씨와 C씨는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119구급대가 현장에 출동했지만 B씨와 C씨는 과다 출혈로 숨을 거뒀다. A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으나 이미 독극물을 마신 뒤였다. 병원 치료를 받던 A씨는 이날 오전 4시34분쯤 사망했다.
이들을 둘러싼 악연의 실타래는 2015년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당시 A씨는 감사직을 맡고 있었다. 하지만 동료인 C씨에게 신체 접촉을 하고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성추문에 휩싸였다.
결국 A씨와 C씨는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자진해서 감사직을 사퇴했다. 이후 “A씨는 죄가 없다”는 몇몇 동료 직원의 증언이 이어졌고, A씨는 소송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A씨를 성추행범으로 지목한 B씨와 C씨에게는 해임처분이 내려졌다.
하지만 이들의 대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B씨와 C씨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통해 복직했는데 ‘A씨가 성추행 소송건에 대한 피해보상을 받는 과정에서 공금을 횡령했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건은 용의자와 피해자가 모두 숨지면서 결국 공소권 없음으로 끝나게 됐다. 경찰이 원한 관계로 인한 범행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해 왔지만 A씨가 숨지면서 더이상 사건을 조사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길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정확한 사인을 가리고자 국과수에서 부검을 의뢰했다”면서 “범죄 혐의는 충분히 인정되지만 용의자가 숨져 공소권이 없는 사건이 됐다”고 말했다.
대구=배소영 기자 sos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