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89)씨가 유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20일 법정동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씨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전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980년 5월21일 계엄군이 헬기에서 민간인을 사격했다고 판단한 재판장은 “피고인(전씨)은 미필적으로나마 5·18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인식할 수 있다고 보인다”며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고록을 출판,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이어 “혐의를 부인하면서 성찰과 단 한마디 사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전두환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기총 소사는 없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조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전씨는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2018년 5월3일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5일 결심 공판에서 전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재판장은 “5·18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피고인이 고통받아온 많은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길 바란다”며 전직 대통령인 전씨에 대한 실망감도 표현했다. 그러나 전씨는 이날도 재판장에서 꾸벅꾸벅 졸며 고개가 한쪽으로 꺾이기도 했다. 전씨는 지난해 3월 재판 도중에도 졸아 법률 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가 “지난 기일 피고인께서 잠시 법정에서 긴장하셔서 조셨다”며 “재판부에 결례를 범했다”고 사과한 바 있다. 그럼에도 지난 4월 두 번째 출석 당시에도 조씨는 신원 확인 후 재차 졸았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