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권한대행인 조남관 대검 차장이 어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철회를 요구했다. “총장이 불명예스럽게 쫓겨날 만큼 중대한 비위나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면서 추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대의를 위해 한 발만 물러나 달라”고 했다. 조 차장은 추 장관 밑에서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낸 친정부 성향 인사다. 그런 그마저도 추 장관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등을 돌린 것이다. 추 장관 직속 법무부 과장 10여명도 부당한 징계청구·직무배제 명령에 반대하는 집단행동에 가세했다.
검사들의 반발도 확산하고 있다. 부산지검 서부지청 평검사를 끝으로 대검과 전국 18개 지검, 41개 지청 등 전국 59개 모든 검찰청 평검사들이 사상 처음 같은 취지의 성명을 내는 일까지 벌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모교인 경희대 동문 페이스북에도 ‘문 대통령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동문이라는 것이 부끄럽고 수치스럽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런데도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직자들을 향해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받드는 선공후사의 자세로 격변의 시대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윤 총장과 검사들의 행태를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그동안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에 대한 개입을 자제해온 문 대통령이 추 장관에게 힘을 실어준 셈이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검사들의 반발에 대해 “조직과 권력을 지키려는 몸부림”이라고 비하했다. 여론조사 결과 윤 총장 지지도가 올라가자 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동네 양아치를 상대하며 배웠는지 낯짝이 철판”이라는 막말까지 쏟아냈다.
어제 서울행정법원에서 윤 총장의 직무집행정지명령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심문이 열렸다. 비공개로 진행된 심문에서 양측 대리인은 ‘비위가 중대하다’, ‘위법하고 부당한 징계청구’라며 공방을 벌였다고 한다. 앞서 추 장관이 직무배제 근거로 내건 6개 항목 가운데 유일하게 영장이 발부된 ‘재판부 사찰’ 부분에 대한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 압수수색에서도 법무부는 빈손으로 돌아섰다. 위법한 정보수집 방법, 직무범위 이탈 등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서다. 구글 검색 등으로 쉽게 알 수 있는 정보를 사찰로 몰아가려는 ‘끼워맞추기’ 수사였다는 얘기다. 명분만 앞세우고 상식과 법리, 절차에서 정당성을 상실한 건 법치의 유린이다. 추 장관은 명분 없는 직무배제 조치를 철회하고 자중하는 게 옳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