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검찰 내 서열 2위이자 검찰총장의 역할을 대행하고 있는 조남관 대검 차장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처분을 철회해 달라고 목소리를 낸 것은 그만큼 검찰 반발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30일 조 차장은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로 검찰개혁이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및 징계 착수) 처분을 철회하는 결단을 내려 달라”고 호소했다.
조 차장은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 중 하나다. 조 차장의 발언에는 만약 윤 총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새 총장이 임명돼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조직 통솔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겼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간 검찰 내부에서는 윤 총장에 적대적인 검사도 적지 않았다. 윤 총장이 핵심 라인만 챙긴다는 불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외부 지적에 공감하는 검사들이 적지 않다. 추 장관이 취임 이후 검찰개혁을 내세워 줄곧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울 때에는 오히려 윤 총장이 고립무원이 되는 상황이었다.
추 장관의 직무배제 및 징계라는 초강수가 검찰 조직을 결속하게 만들었다.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공격이 조직 전체를 흔들고 있다는 불안감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정치가 검찰을 흔드는 양상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의견도 감지된다.
조 차장의 글이 올라온 후 이날 부산서부지청의 검사들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이로써 전국 6개의 고검장과 18개의 지방검찰청, 10개 차지청, 15개 부지청, 또 대검까지 50개 모든 검찰청에서 모두 윤 총장 직무정지와 징계의 재고를 촉구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부산서부지청 역시 조 차장 발언 이후 평검사 회의 결과 “장관님의 이번 결정은 의혹에 대한 충분한 조사 및 당사자의 충분한 소명기회가 보장되지 아니한 채 성급하게 이루어져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을 훼손한 것으로 위법·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을 직접 보좌하는 핵심 간부인 법무부 과장들 역시 집단행동에 가세했다. 법무부 소속 과장 10여명은 긴급 저녁모임을 갖고 추 장관의 조치에 대해 항의하는 서한을 작성했다. 서한은 고기영 법무부 차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법무부 소속 검사들이 심재철 검찰국장을 찾아가 총장 직무정지의 재고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윤 총장의 고립무원이 추 장관의 고립무원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처분 재고를 요청하는 검사들의 목소리가 크지만 검사들도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내린 처분을 철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추 장관이 뒤늦게 철회 입장을 낼 경우 자신이 절차를 어겨가며 무리하게 직무정지 및 감찰, 징계를 밀어붙였음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회적으로 법무부와 검찰의 일련의 사태에 대해 비판적인 평가를 내놓았지만, 이런 모호한 발언이 분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소속 부처나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 이익을 받들어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법무부나 검찰 어느 쪽에 대입해도 해당된다”며 “이런 모호한 발언들이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법조계 일각에 추 장관이 포용력을 보여줄 기회가 남아 있다는 일말의 기대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다음 자리를 생각하는 추 장관이 윤 총장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간 뒤 다시 화해와 포용의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며 “용서나 반성 같은 단어를 섞어 통합의 이미지를 구축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란으로 번진 이번 사태는 향후 추 장관의 징계 조치에 따라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그간 검사들은 주로 검찰 내부망을 통해 의견을 전개해 왔지만, 징계가 현실화하면 검찰 밖으로도 목소리가 터져나올 수 있다. 검찰이 정치적 성향에 따라 사분오열되고, 내부의 반발로 수사 차질이 빚어지는 등 검찰 조직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