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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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클링 막걸리의 원조’ 복순도가 김민규 대표 “손막걸리 비롯해 다양한 제품 나올 것”

복순도가에서 빚는 술들. 왼쪽부터 약주, 탁주, 손막걸리와 시판 예정인 소주. 이복진 기자

경남 울산 울주군 상북면 향산동길 50에 도착하면 검은색 일색 농막이 가장 먼저 반긴다. 페인트가 발산하는 인공미 가득한 검정이 아닌 투박하면서도 부드러운, 그러면서도 매끄러운 이상한 검정이다. 건물 옆면 입구로 걸어가면 ‘톡톡톡’, 이번에는 소리가 반긴다. 수많은 공기 방울이 자글자글하며 터지는 소리다.

 

이색적인 검정과 귀를 간질이는 소리가 가득한, 그리고 구수한 술 냄새가 풍기는 이곳은 바로 국내 스파클링 막걸리 원조라고 불리는 ‘복순도가’다.

경남 울산 울주군 상북면 향산동길 50에 있는 복순도가 양조장. 겉면이 볏짚을 태워 나온 재를 발라 검은색으로 돼 있다. 이복진 기자

농막은 복순도가 술이 익는 양조장으로, 검은색은 볏짚을 태워서 나온 재를 활용했다. 복순도가 김민규 대표는 “쌀과 누룩이 발효과정을 거쳐 새로운 전통주가 되듯, 도가 또한 발효라는 콘셉트 아래 흙, 논, 볏짚, 누룩 등 한국적 소재들이 발효와 함께 건축 재료로 활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순도가는 ‘복순도가 손막걸리’와 ‘복순도가 탁주’, ‘복순도가 약주’를 빚는 양조장이다. 하지만 동시에 스파클링 막걸리라는 영역을 만든 양조장이라고도 볼 수 있다. ‘손막걸리’가 기존의 막걸리와 달리 용솟음치는 강한 탄산과 풍부한 사과 향으로 ‘샴페인 막걸리’ ‘스파클링 막걸리’라는 별명을 가졌기 때문이다.

양조장에 설치된 복순도가 상호. 이복진 기자

복순도가는 업계 최초로 탄산을 막걸리 속에 일부러 녹였다. 기존 막걸리는 모두 뚜껑에 틈을 내서 탄산이 빠져나가게 했다. 하지만 복순도가는 이러한 것을 뒤집었다. 뚜껑을 밀봉해 탄산이 오히려 술 속에 녹아들게 했고, 병 모양이 뒤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특수 처리된 내압병을 사용했다. 그리고 뚜껑을 열 때 힘차게 올라오는 탄산이 보이게 투명하고 긴 병을 사용했고, 라벨도 상단으로 올려붙였다.

 

기존 막걸리와 확연히 다른 이 제품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의 환호를 받으며, ‘샴페인 막걸리’ 또는 ‘스파클링 막걸리’라는 별명을 가지게 됐고, 막걸리 업계에 새로운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이러한 시장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하늘못양조장의 ‘이화백주’, 지평주조의 ‘지평 이랑이랑’, 문경주조의 ‘오희’ 등 다양한 제품이 생겨날 수 있었고, 이제는 스파클링 막걸리라는 새로운 영역이 전통주 마니아들에게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 과정 명욱 주임교수는 “‘복순도가 손막걸리’는 프리미엄 막걸리가 지금보다 훨씬 적었던 10여년 전에 막걸리의 모던함을 추구하며 획기적으로 등장한 제품”이라며 “이 제품으로 인해 스파클링 막걸리 시장이 생긴 것은 물론, 막걸리의 고급화 및 다양화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복순도가 김민규 대표. 복순도가 제공

복순도가의 김민규 대표도 “막걸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고 말했다.

 

“막걸리는 어르신은 어르신대로, 젊은 사람은 젊은 사람대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술입니다. 심지어 외국인들도 좋아할 수 있는 술이죠. 기존과 다른 병, 탄산을 녹이는 특이한 방법 등으로 초기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프리미엄 막걸리 고객층이 많아지고, 막걸리의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소비자들이 늘어나 지금은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복순도가의 주력 상품은 ‘손막걸리’다. 하지만 원액을 담은 ‘무감미료 탁주’와 맑은 부분만 담은 ‘무감미료 약주’도 올해 선보였다. 탁주는 손막걸리와 같이 얇고 기다란 병에 담겨있다. 일반 막걸리가 뚱뚱하고 투박한 병에 담긴 것과 달리 ‘세련’됐다. 약주도 소주병이 아닌 부르고뉴 스타일의 ‘와인병’에 담겨있다. 김 대표는 “약주하면 일반적으로 누룩 향이 강하고 약재의 느낌이 있다는 인식이 있다”며 “그러한 것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다양한 과실 향과 시트러스한 맛을 가진 화이트 와인을 이미지화해 제품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전통누룩이 만들어지고 있는 모습. 이복진 기자

“만드는 방식은 전통 그대로인데, 나오는 것은 극히 현대적입니다. 지금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병 모양이 기존 막걸리병과 다른 것도 이런 이유죠.”

 

이런 생각은 복순도가 만든 제품에 모두 담겨있다. 제품 외형부터 회사 및 제품 소개서까지 이색적이다. 심지어 복순도가는 집에서 직접 막걸리를 담을 수 있는 ‘막걸리 브루잉 키트’까지 만들었다. 막걸리 브루잉 키트는 막걸리병 안에 쌀, 누룩 등이 분말 형태로 들어가 있다. 여기에 물만 부으면 2일 뒤 막걸리가 된다. 여기에 막걸리 지게미를 이용한 마스크팩도 출시했다. 막걸리가 화장품이 될 수 있다는 확장성을 보여주는 곳이다.

전통누룩이 만들어지고 있는 모습. 이복진 기자

최근에는 우리술지원센터를 통해 영남 알프스와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도 출시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다양한 제품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막걸리와 탁주 약주를 더욱 발전시키는 동시에, 스페인의 셰리 와인과 유사한 맥락을 진 ‘과하주’라는 전통주와 복순도가 약주를 증류한 증류식 소주도 곧 출시 예정이다.

 

“막걸리 선입견을 뛰어넘기 위해 발효라는 콘텐츠로 다양한 것도 시도해볼 겁니다. 복순도가의 미래를 지켜봐 주세요.”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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