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최대 국책사업인 ‘진해신항’(조감도)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대 지역공약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내년 초 다시 예타를 신청할 방침이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부산항 제2신항인 진해신항 건설사업은 지난달 27일 예타 결과 심의·의결에서 탈락했다.
진해신항 건설사업은 2022년 착공해 3만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21선석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2030년부터 단계적으로 개장해 부두는 선석·야드 크레인까지 자동화를 도입하고, 이송영역을 포함한 전 구간 자동화를 추진한다. 총사업비 10조2007억원(국비 5조1302억원, 민자 5조705억원)을 투입하는 국책사업으로 경남에서 역대 최대 규모다. 해양수산부는 이 사업을 포함한 ‘2030 항만정책 방향과 추진전략’을 지난달 17일 국무회의에서 보고하고 주요 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예타는 조사 수행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경제성을 분석하고, 10명의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재정사업평가 분과위원회를 통해 종합평가(AHP)를 하게 된다. 진해신항 건설사업은 경제성을 판단하는 비용대비편익(B/C)에서 통과 조건인 1에 못 미치는 0.92로 평가됐다. 이후 경제성·정책성·지역균형발전 3가지 평가 항목의 중요도와 우선순위를 따져 진행된 AHP 분석에서도 0.497로 통과 조건인 0.5를 넘지 못했다.
KDI는 최초 요구 예산안보다 약 2조원의 사업비가 더 들 것으로 추정되고, 환경성 평가와 주변 관광지 등에 미치는 영향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또 수요 불확실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사업 규모가 큰 만큼 사업을 세분화해 단계별로 예타를 받을 것을 해수부에 제안했다.
이에 따라 해수부는 진해신항 사업을 2단계로 나눠 예타를 재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이번 예타 대상사업(전체 15선석, 총 12조4000억원) 가운데 1단계로 9개 선석(8조2000억원)에 대해 내년에 다시 예타를 추진해 내년 안에 사업 추진 타당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아울러 수요 불확실성 우려 등에 대해서도 물동량 수요 분석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과 면밀히 재검토하고, 사업 추진에 따른 환경영향 저감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사업추진 리스크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해수부는 “부산항 제2신항 예타를 조속히 재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최근 부산·경남에 건설사업이 집중되자 기재부가 속도 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해 예타 면제를 추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예타 종합평가는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재정사업평가 분과위원회에서 각 평가항목의 중요도와 우선순위 등을 고려해 엄정하게 평가하는 것”이라며 “평가 과정에서 어떠한 기재부의 의지가 반영될 소지가 없다”고 밝혔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