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호 선임기자
국민의힘이 당 지지율 반등 국면에서 ‘탄핵 사과’ 문제로 또다시 당내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오는 9일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사과하겠다고 예고하자, 강경파 일각에서는 이를 문제 삼으며 비대위를 흔들고 있다. 오는 9일은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4년째 되는 날이다.
장제원 의원은 7일 페이스북 글에서 “민주당 폭주를 막는 데 당력을 집중해야 할 시기”라며 “비대위원장이 나서 당의 분열만 조장하는 섣부른 사과 논란을 벌이고 있으니 참담한 심정”이라고 비판했다.
배현진 원내대변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김 위원장을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킨 스승”이라고 지칭하며 “굳이 뜬금포 사과를 하겠다면, 문 정권 탄생 그 자체부터 사과해주셔야 맞지 않는가”라고 직격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이번 주는 사과 시기로 적절치 않으니 재고해달라”는 취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일각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역전한 상황에서 이 같은 보수 강경파의 ‘지도부 흔들기’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소신대로 ‘탄핵 사과’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내가 비상대책위원장인데, 사과 하나 결정 못 하나. 사과를 못하게 한다면 더는 비대위원장 직을 맡을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에게도 “(당내 반발을) 나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 크게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