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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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경험자 40%…73년 전 간통죄 폐지한 결과일까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여성 혼자 독립해 살기 어려운 사회 환경’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

 

일본에서 연인 또는 배우자가 있는 성인남녀 중 다른 이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이들이 무려 40%에 달한다는 설문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이같은 결과에 현지에서도 “놀랍다”, “이 정도인 줄 몰랐다”는 반응이 나오는 한편 현상을 두고 ‘여성 혼자 독립해 살기 어려운 사회 환경’이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일각에선 지난 1947년 간통죄를 폐지한 뒤 생긴 부작용이란 지적도 있다.

 

◆日외도 경험자 40%

 

6일 뉴스사이트 시라베가 일본 전국의 성인남녀 1391명을 대상으로 ‘연인 이외의 관계’를 묻는 설문을 진행한 결과 전체 40.5%가 ‘연인 또는 배우자 이외 다른 이성과 관계를 가진 적 있다’고 답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지만 20대에서는 여성이 더 많은 특징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10대 남성의 경우 34%, 여성 24.3%이며 이어 20대 남성 30.6%, 여성 47.3%, 30대 남성 48.5%, 여성 41%, 40대 남성 39.6%, 여성 34.3%, 50대 남성 54.1%, 여성 34.7%, 60대 남성 60.1%, 여성 23.8%로 나타났다.

 

결과를 두고 특히 20대 여성의 비율이 높게 나온 건 의외라는 반응과 ‘남성의 외도=여성의 외도’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맞선다. 외도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이유에서다.

 

이어 다른 이성에 눈을 돌린 이유(자유의견)에 대해 남성은 “사랑과는 별개다”, “순간의 욕구를 이기지 못했다”, “오랜 만남에 싫증” 등을 언급했고, 여성은 “다툼 후 자포자기하는 심정”, “불만족”, “다른 이성에 대한 관심” 등이라고 했다.

 

상대와 관련해서는 남성의 경우 주로 소개를 통한 새로운 만남이 많았다. 여성은 알고 지낸 지인(주변 인물)이 많았다.

 

관계 후 감정은 남녀 모두에게서 “후회한다”, “죄책감이 든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지만 남성 일부는 “추후 다른 경험을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을 보였고 여성 일부는 “지금 만나는 이성이 싫어졌다”는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여성 혼자 독립해 살기 어려운 사회 환경’이 원인 중 하나

 

외도가 늘어나는 현상을 두고 ‘상대가 있어야 하기에 남성만을 탓할 건 아니다’라는 등의 다양한 의견이 나오지만 ‘여성 혼자 독립해 살기 어려운 사회 환경’이라는 의견에 공감대가 형성한다.

 

이 말은 ‘여성이 사회에서 차별받아 남성의 외도를 인내할 수밖에 없다’라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는데 이혼 후 닥칠 육아나 생계의 어려움이 그 원인이다.

 

한때 일본 사회를 뒤흔든 ‘황혼이혼’(불만 등을 참고 인내하다 남편 정년퇴직에 맞춰 하는 이혼)도 이러한 맥락이다.

 

실제 일본은 여성의 소득이 남성에 비해 낮고 비정규직 비율은 높아 여성이 자립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일본 국세청이 발표한 ‘민간급여 실태 통계 조사’(2018년 기준)를 보면 취업 여성은 41%에 달하며 높은 수준을 보이지만 평균 소득은 남성의 54%(약 293만엔)에 그치고 비정규직 비율은 남성보다 3배(39%)나 많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여성은 정규직으로 일한다고 하더라도 결혼이나 임신으로 퇴직한 후에는 비정규직이 아니면 좀처럼 (사회에) 복귀할 수 없다”고 한다.

 

남녀의 소득 격차를 직종이나 근무시간(일) 등 다양한 변수 없이 단순 평균소득만 놓고 평가할 순 없지만 신문의 지적처럼 여성이 비정규직에 내몰린 결과 저임금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73년 전 간통죄 폐지한 결과일까

 

한편 일본은 지금으로부터 73년 전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과 중의원(국회) 회의 결과에 따라 간통죄를 폐지했다.

 

이에 요즘 젊은 세대들은 간통죄라는 단어조차 생소하지만 일부에서는 2015년 이전까지 간통죄를 유지한 한국 등 일부 국가를 예로 들며 관련법 부활이 필요하단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혼인제도를 법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고 외도를 막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다만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간통죄는 성적 자기 결정권 및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와 개인적인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판단에 따라 폐지됐다.

 

이에 자기 결정과 자유에 대한 개인의 판단이 중요한데 지금 일본은 ‘바람피울 자유’에 조금 더 치우친 모습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