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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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존치’…日 매체 “韓에 동조하는 독일 여론”

“독일 여론 중에는 한국 측 주장에 동조하기 쉬운 경향도 있어” / “소녀상을 설치한 국가는 유럽에서 독일뿐”
베를린 거리에 설치된 소녀상을 바라보는 시민. 베를린=연합뉴스

 

독일 베를린 중심부 미테구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존치 결정의 배경에는 한국의 주장에 동조하는 독일 여론이 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10일 지적했다.

 

보수 성향인 요미우리신문의 미요시 노리히데(三好範英) 편집위원은 이날 ‘소녀상 존치 배경에 독일 여론’이라는 제목의 해설 기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미요시 편집위원은 “미테구가 소녀상 존치를 결정함으로써 조기 철거가 어려워졌다”며 “독일 여론 중에는 한국 측 주장에 동조하기 쉬운 경향도 있어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소녀상을 설치한 국가는 유럽에서 독일뿐”이라며 이는 “한국계 시민단체의 오랜 압박과 함께 독일 내에 '한국 측 주장을 받아들이기 쉬운 토양이 있기 때문”이라는 게 외교소식통의 설명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독일 언론에서는 ‘일본군은 2차 세계대전 중에 적어도 여성 20만명을 점령지에서 군위안소로 납치했다’, ‘일본 우파 보수정부의 대응은 전시 성폭력의 해결이나 방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일방적인 보도가 대세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미요시 편집위원은 이어 “독일의 일본 연구자도 일본의 전후처리 방식에 비판적인 사람이 많다”면서 일본의 신우익이나 역사 수정주의를 연구하는 라이프치히대학 슈테피 리히터 교수가 소녀상 철거 시도에는 이런 반동 네트워크가 관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독일인들은 자신들이 나치의 전후 처리를 잘했지만 일본은 부족하다는 시각을 갖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으며, (소녀상 설치를 주도한)한국계 시민단체는 독일인의 자존심을 살리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한 한 외교소식통의 발언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특히 독일의 좌파 정당들은 일본의 전후 처리에 관한 여러 노력을 감안하지 않고 ‘일본은 사과도 보상도 하지 않고 있다’는 중국이나 한국의 주장을 곧이 듣는 경향이 강하다”고 미요시 편집위원은 주장했다.

 

그는 이어 베를린 주재 일본대사관이 자치체와의 관계 구축에 허술했던 점을 베를린 소녀상 설치를 막지 못한 원인으로꼽았다.

 

그러면서 과거 독일 프라이부르크에 소녀상 설치를 철회시킬 수 있었던 것은 현지 재류 일본인이나 자매도시인 마쓰야마(松山)시에서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독일 주재 일본대사관은 독일이 일본의 전후 처리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갖도록 끈질기게 설명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편 베를린시 미테구의회는 지난 1일(현지시간) 전체회의를 열고 평화의 소녀상 영구설치 결의안을 의결했다.

 

프랑크 베르테르만 의장(녹색당)은 “성폭력 희생자를 추모하는 평화의 소녀상 보존을 위한 결의안이 다수결로 의결됐다”고 말했다.

 

표결에는 구의원 29명이 참여해, 24명이 찬성했고, 5명이 반대했다. 베를린 연립정부 참여정당인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좌파당 등 진보 3당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표는 기독민주당과 자유민주당에서 나왔다.

 

녹색당과 좌파당이 공동결의한 결의안은 평화의 소녀상이 미테구에 계속 머물 수 있는 방안을 구의회의 참여하에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틸로 우르히스 좌파당 구의원은 의안 설명에서 "평화의 소녀상은 2차 세계대전 중 한국 여성에 대한 일본군의 성폭력이라는 구체적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쟁이나 군사 분쟁에서 성폭력은 일회적인 사안이 아니고 구조적인 문제로, 근본적으로 막아야 한다”면서 “평화의 소녀상은 바로 그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결의안은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철거명령을 철회하고 당초 내년 8월 14일이었던 설치기한을 내년 9월 말까지로 6주 연장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