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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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법 이후’ 고심하는 野, ‘반문연대’ 꾸려 장외로 가나

여야 공수처 갈등 일파만파
필리버스터 등 총력 저지 불구
‘공룡여당’ 밀어붙이기 속수무책
황교안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
김도읍 ‘간사로서 책임’ 사임계
반문연대 고리로 원외세력 규합
20여 시민단체와 비상연대 출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오른쪽)가 자리에서 일어나 규탄 규호를 외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야권은 향후 대여 투쟁 방안을 고심 중이다.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등으로 총력 저지에 나섰지만 ‘공룡 여당’의 밀어붙이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한 터라 원내 투쟁에 한계를 느끼고 장외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보수 성향 야당과 시민사회단체가 한데 모여 ‘반문’ 성격의 비상시국연대를 결성한 게 그 시발점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날 공수처법 개정안 가결 직후 국민의힘 안팎에선 강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법 개정 과정은 국민을 개·돼지로 보지 않는 다음에야 어떻게 이러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국민들의 분노가 물 끓듯 하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어떻게 분노·결집할지 어떤 국민과도 논의해서 이 무도한 정권의 폭정을 멈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내 투쟁에 국한되지 않고 장외로 나갈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이다. 의원들의 비판도 잇따랐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4·15 총선 이후 8개월여 만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여당의 공수처법 개정안 일방 처리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일갈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민의힘 소속 야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민주당의 공수처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저지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전날 당에 상임위 사임계를 제출했다. 사임계는 아직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국민의당을 비롯, 국민통합연대, 바른사회시민회의,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등 2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연석회의를 열고 ‘폭정종식 민주쟁취 비상시국연대’를 출범시켰다. 이들은 반문을 기치로 내걸고 문재인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위해 대동단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국민통합연대 이재오 집행위원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자유연대 이희범 대표, 한변 김태훈 회장, 신문명정책연구원 장기표 원장 등 7명이 공동 대표를 맡기로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10일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입구에서 본회의에 입장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위선정권 막장정치 민주당에 경고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 부개정안을 처리했다. 연합뉴스

비상시국연대 출범을 두고 국민의힘이 원내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본격적으로 장외 투쟁 카드를 꺼내들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180석에 육박하는 거여(巨與)에 맞서려면 원외 세력의 지원사격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내년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반문연대를 고리로 보수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에 착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선 아직은 원내 대책 마련에 집중하자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선 원내 전략이 우선시돼야 할 것 같고, 장외 투쟁 계획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본회의가 열리기 전 “공수처법이 처리된 다음 어떤 투쟁 방법을 택할 것인지는 끝난 뒤에 생각해봐야 한다”면서도 주 원내대표가 참여한 비상시국연대 관련 질문에 “당은 당이 할 일이 있고, 외곽 시민단체들은 시민단체 나름대로 할 일이 따로 있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