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추진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개정안까지 국회를 통과하자 검찰 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극한 대치로 내부 분열도 커지고 있어 검찰이 전례 없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상황에 놓였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 공수처 출범 임박…수사권 축소 가시화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야당의 공수처장 비토권을 무력화한 공수처법 개정안이 전날 국회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의 수사권 축소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올해 초 검찰청법 개정으로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와 대형참사 등 6개 분야로 한정됐다. 시행령도 개정되면서 검찰 수사권은 4급 이상 공직자, 3천만원 이상 뇌물 사건 등으로 더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전국 검찰청의 13개 직접 수사 부서가 형사·공판부로 전환됐고 8월에는 대검의 직접수사 지휘 조직도 축소된 상태다.
고위공직자 수사를 전담하는 공수처가 출범하면 검찰의 수사 범위는 더 좁아진다. 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 등 일부 부처 공무원 수사는 4급만 가능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여권 내에서는 이 같은 수사권 조정을 '과도기'라고 보고 전면적인 수사·기소권 분리를 강조하고 있어 검찰의 수사권은 더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 여권의 '검찰 견제' 기조에 전속고발권 유지
검찰의 수사권을 축소하는 수사시스템 개편이 한창인 와중에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은 검찰의 대외 협상력에 힘을 빼는 요인이다.
시기적으로 전날 공수처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검찰 내 위기감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 것은 이런 배경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에서 전날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공정거래위의 전속고발권이 그대로 유지된 것도 여권 내 검찰 견제 기조와 맞물려 있다고 검찰 내부에서는 인식하고 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한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재판에 넘길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추진됐던 전속고발권 폐지는 표면적으로는 공정위의 기업 봐주기 의혹, 선택적 고발 등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수사권을 둘러싼 공정위와 검찰 간 기싸움 성격도 짙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검찰이 최근 증가세를 보이는 공정거래 관련 사건에서 수사 재량을 더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속고발권을 그대로 유지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의 기대감은 사라지게 됐다.
실제로 여권은 전속고발권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검찰 견제를 꼽았다. 하지만 기업의 눈치를 본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秋-尹 대치 장기화로 내홍 양상 뚜렷
이 같은 외부 상황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극한 대치로 내분 양상이 가시화하는 점은 검찰로서는 악재다.
오는 15일 윤 총장 검사징계위 제2차 심의에 나올 검찰·법무부 소속의 증인 8명은 이런 내부 갈등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당일 박영진 울산지검 부장검사와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 등 4명의 증인은 윤 총장 측의 입장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등 4명은 추 장관 측의 입장에 가까운 진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된 입장의 증인이 동수로 맞선 모습이다.
검찰의 위기 상황은 윤 총장의 징계가 마무리되면서 정점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징계위가 정직 이상의 결정을 내리면 현재의 위기 상황에 '리더십 공백'까지 겹쳐 검찰 조직이 더욱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윤 총장이 징계 과정에서 검사들의 집단 반발로 사실상 재신임을 받았다는 점에서 중징계는 검찰 내부의 사기를 크게 꺾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지청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최근의 검찰 안팎의 상황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안타깝고 무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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