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웅(사진) 의원이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반대토론) 도중 “성폭력 범죄는 충동이나 스트레스에 의해 이뤄진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뭇매를 맞고 있다. 하필 이날은 희대의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의 출소 하루 전날이었다.
검사 출신인 김 의원은 이날 오전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은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고 나온 사람들에게 규제를 많이 하고 (전자)발찌를 더 강화해서 채우고 폐쇄회로(CC)TV를 달고 이러면 재발이 방지될 것이라고 보통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성폭력 범죄라는 건 충동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고, 그 충동이 대부분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서 폭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불필요한 스트레스나 침해 같은 게 있는 경우에는 오히려 성폭력 전과자들의 재범(률)을 더 높일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형량을 높이고 이런 사람들에 대해 각종 제한을 주고 불이익을 주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보통 생각을 많이 하는데, 그건 어떻게 보면 굶주린 맹수를 계속 옆에서 쿡쿡 찌르는 것과 같다”라며 처벌 위주의 정책은 되레 사회에 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번에 통과된 법들 같은 경우 범죄자들의 기본적인 충동에 관한 이해가 과연 충분히 있는 상태에서 나온 것인지 의심스럽다”라고 꼬집었다.
그의 발언은 성범죄자에 대한 형량을 높이거나 감시를 강화하는 것이 성범죄 방지에 큰 효과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인데, 일각에선 성범죄를 일부 옹호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날 11일 김 의원을 향해 “당장 사과하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라”고 몰아붙였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검찰 부장검사까지 지낸 김 의원이 성범죄를 한낱 스트레스에 의한 것으로 치부한 것은 끔찍한 발상”이라며 “즉시 사죄한 뒤 의원직에서 사퇴하고 국민의힘은 책임 있는 자세로 징계 절차를 밝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그는 “성범죄는 피해자의 삶을 완전히 망가뜨려 황폐화시키는 잔인한 폭력으로 일종의 인격 살인”이라며 “(김 의원이) 평소 성범죄에 대해 얼마나 안일하고 텅 빈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적나라게 드러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대변인은 “범죄자의 스트레스를 유발하지 말아야 하면 전자발찌 착용, CCTV 설치, 형량 강화 등 각종 제한이나 불이익도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냐”라고 반문하며, “김 의원의 말대로라면 조두순의 재범을 막기 위해 조두순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역시 반발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건 필리버스터가 아닌 막말버스터”라며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귀를 의심케 하는 몰지각한 여성 비하 발언 등 막말을 쏟아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그는 “사실상 성범죄자를 옹호하는 얼토당토 않은 발언”이라며 “전직 검사 출신으로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심화되자, 김 의원도 재차 반박에 나섰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앞뒤 말 자르고 정치 공작하는 능력은 역시 탁월하다”라며 민주당을 역공했다.
이어 그는 “부산시장, 서울시장, 최근 구의원 등 성폭력이라고 하면 일가견이 있는 ‘성폭력 전문당’으로부터 이런 더러운 공격을 받으니 어이가 없다”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해야 한다는 제 말에 좀 더 신경을 쓰시든지, 아니면 자기 당 성범죄에 대해 반성이나 하고 남을 비판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후에도 논란이 잦아들지 않자 김 의원은 결국 사과했다.
그는 “본의와 달리 전달된 것 같다.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전체 주제 중에 극히 짧은 이야기였고 그 이야기의 전후를 들으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고 조두순 같은 특정 부류의 범죄자에 대한 지금의 대책이 오히려 재범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민주당과 강 대변인으로부터 비판받은 것을 두고 “박원순의 피해자를 공격하는 무리에게 모략을 당하는 것을 용납하기 어렵다. 빌미를 제공한 것 같아 스스로 화가 난다”고 거듭 불쾌감을 토로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