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예고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대국민 사과문 초안의 대략적인 내용이 전해져 관심을 모은다. 사과문에는 두 전직 대통령의 사법처리 관련 내용과 당의 혁신 부족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고 한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 초안을 주호영 원내대표와 공유했고, 내용을 확인한 주 원내대표는 흔쾌히 양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비대위원장이 주 원내대표와 사과문 초안을 공유했다며 “사과문에는 두 전직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되고 당이 정권을 잃고도 아직 혁신을 제대로 못 해 나라가 위기에 빠졌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를 확인한 뒤 “그 정도는 당연히 반성할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 비대위원장은 이달 초 이미 사과문 초안을 완성해뒀다고 한다. 그러나 대국민 사과를 두고 당 안팎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자, ‘투톱’인 주 원내대표의 공감을 얻음으로써 정면 돌파하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주 원내대표가 지난 7일 비공개회의에서 김 비대위원장의 대국민 사과와 관련해 “내년 (4·7) 재보선을 앞두고 스스로 낙인을 찍을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다”고 말해 국민의힘 투톱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냔 관측도 나왔지만, 이번 사과문 초안 공유 이후 두 사람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김 비대위원장의 대국민 사과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 비대위원장은 최근 자신의 사과 강행 방침에 반발하는 당 3선 의원들과의 면담 자리에서도 “두 전직 대통령을 대신해 사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에 일부 의원들도 공감의 뜻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원내 고위자는 연합뉴스에 “두 전직 대통령의 잘못을 비난하는 식의 사과가 아니라면 (당내) 반대 목소리도 잦아들 것”이라고 전했다.
애초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된 4주년인 지난 9일로 예고됐던 김 비대위원장의 사과는 정기국회가 끝난 뒤인 13일로 한 차례 미뤄졌고, 다시 다음 주로 연기됐다. 국민의힘은 일단 더불어민주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과 국정원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 강행 처리에 맞서 진행 중인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등 대여 투쟁에 집중할 방침이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