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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 ‘재난안전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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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울산 주상복합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강풍 속에서 순식간에 불길이 33층 건물 전체를 뒤덮어 자칫 대형 참사가 될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다행히 신속한 대응으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보험에도 가입되어 피해보상 절차가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 반면 9월에 발생한 청량리 시장 화재는 달랐다. 화재로 점포 여러 채가 소실되며 큰 재산 피해를 입게 됐다. 피해 상인 중 절반 정도만 보험에 가입한 상태로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은 사회재난 및 안전사고와 관련해 재난·사고를 유발한 자가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우리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을 개정하여 2017년부터는 재난·사고 유발자에게 배상책임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불의의 재난·사고로 인한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보험 가입이 필요하다.

안영규 행정안전부 재난관리실장

누구든지 재난·사고의 피해자가 되기도, 가해자가 되기도 하는데, 보험 가입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정부는 대규모 피해가 우려되는 재난·사고 취약시설물에 대해서는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러한 ‘재난안전의무보험’은 대연각호텔 화재(1973년), 서해 훼리호 침몰(1993년),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1994년) 등 사회적 이슈가 컸던 대형 재난·사고 발생 후 피해보상을 둘러싸고 발생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화재보험법’, ‘유선 및 도선 사업법’, ‘도시가스사업법’ 등에 제도화되었다.

그러나 개별 법령을 근거로 각 보험이 도입·운용되다 보니 보험별 보상한도가 다르고, 피해자 보호조치 등 관리 방법도 제각각이다. 동일한 수준의 재난·사고 피해를 받았더라도 어떤 시설물에서 피해를 받았는지에 따라 보상을 받기 어려워지거나, 보상금액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다. 일례로 재난안전법에 따른 의무보험은 과실 유무를 불문하고 대인 최대 1억5000만원까지 보상하나, ‘승강기 안전관리법’에 따른 보험은 최대 8000만원까지만 보상한다.

보험별 관리 현황이 상이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행정안전부는 지난 6월 재난안전법을 개정해 각 기관에서 도입·운용하고 있는 재난안전의무보험을 총괄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재난·사고 수습 과정에서 피해자를 위한 효과적인 정보 제공이 가능하고, 적정 보상한도 마련 등 공통기준을 제시하며 보험 관리에 대한 제도개선을 권고할 수 있다. 보험 정보를 관계기관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도 구축해 관리 효율도 높일 계획이다.

예기치 못한 화재, 전 세계를 팬데믹에 빠트린 코로나19 사태 등 재난·사고는 인류 역사 이래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으며, 늘 우리 곁에 있다. 그간 대규모 재난·사고 발생 후 의무보험을 도입해 안전 기반을 만들어 왔다면, 이제는 흩어진 의무보험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어딘가에 있을 안전 사각지대를 찾아내고, 정책환경 변화에 맞지 않는 제도는 개선해 보다 촘촘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 참여 없이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특히 재난안전보험은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것인 만큼, 나와 내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라는 인식으로 보험 가입 등 재난·사고 대비에 적극적인 관심과 협력을 기대한다.

 

안영규 행정안전부 재난관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