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5개월째 무역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일본 재무성은 16일 지난 11월의 수출이 작년 동기와 비교해 4.2% 감소한 6조1136억엔, 수입은 11.1% 줄어든 5조7469억엔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올 11월에 3668억엔의 무역흑자를 올렸다.
일본이 월간 무역흑자를 올린 것은 지난 7월 이후 5개월째다. 그러나 일본의 무역흑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 등으로 무역 총액이 줄어드는 가운데 수입 감소폭이 더 커서 생기는 ‘불황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본의 수출은 올 11월까지 24개월째, 수입은 19개월째 감소했다.
한편 일본의 수출규제 여파로 지난해 16년 만에 최저치로 줄었던 대일 무역적자 규모가 다시 확대될 조짐을 보인다.
지난달 2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한국은 일본과 무역에서 165억6000만 달러의 무역적자를 냈다. 작년 같은 기간 164억2000만 달러보다 적자 규모가 더 확대됐다. 이 기간 일본으로 가는 수출 물량은 작년보다 13.0% 감소한 206억3000만 달러였고,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물량은 7.3% 줄어든 371억9000만 달러였다.
일본은 한국의 무역 적자국 1위로, 일본과 교역에서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해마다 200억∼300억 달러 규모의 무역적자를 내왔다.
그러다 지난해 7월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수출규제를 단행하면서 일본산 수입도 크게 줄어 연간 무역적자는 2003년 이후 최저치인 191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는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됐으나 하반기 들어 일본으로의 수출 감소 폭은 커진 반면, 일본산 수입 감소 폭은 둔화하면서 무역적자가 다시 벌어졌다.
대 일본 수출 증감률(금액 기준)은 3월 0.1% 증가에서 4월 3.0% 감소로 돌아선 뒤 6월 -10.2%, 7월 -11.9%, 8월 -13.0%, 9월 -12.4%, 10월 -13.0% 등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 반면 일본산 수입 증감률은 지난 1월 -21.9%였다가 7~8월 -9.6%로 둔화한 뒤 9월 -8.6%, 10월 -7.3%로 완화했다.
불매 운동이 벌어졌던 일본산 소비재 수입도 조금씩 회복되는 조짐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브랜드 렉서스는 871대를 팔아 작년 10월보다 91.0% 늘었고, 도요타는 35.5% 늘어난 553대를 판매했다.
업계에선 내년에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발효되면 일본과 교역량도 점차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일 양국은 RCEP 체결로 인해 간접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효과를 누린다. 민감한 품목은 이번 양허 대상에서 빠졌지만, 시장 개방으로 인한 교역 증대 효과가 차츰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