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으로 20년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윤성여(53)씨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박정제)는 17일 오후 열린 이 사건의 재심 선고 공판에서 “과거 수사기관의 부실 행위로 잘못된 판결이 나왔다”며 윤씨에게 이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 발생 32년 만이다.
재판부는 “오랜 기간 옥고를 거치며 정신적·육체적으로 큰 고통을 받은 피고인에게 사법부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이 선고가 피고인의 명예회복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정에서 “피고인은 무죄”라는 주문이 낭독되자, 변호인단과 방청객은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윤씨도 20년 옥살이의 한을 푼 듯 지난해 경찰의 재수사부터 재심 청구를 도와준 박준영 변호사, 법무법인 다산의 김칠준·이주희 변호사 등과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다.
재판에 앞서 법조계에선 무죄 선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당시 경찰의 불법체포 및 감금, 폭행·가혹 행위가 있었고 유죄 증거로 쓰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가 조작된 점, 사건을 자백한 이춘재(57)가 자신이 진범이라고 증언한 점 등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춘재 8차 사건은 32년 전인 1988년 9월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중학생 박모양이 성폭행 뒤 살해당한 사건이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소했지만 2심과 3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