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오늘의시선] 복지 위기가구는 ‘발굴’되지 않는다

무관심이 부른 ‘방배동 모자 비극’
촘촘한 사회안전망 재구성 필요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시대에 안전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그 이전에도 취약했던 계층은 더욱 심각한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학교와 사회복지 이용시설 미운영과 대면서비스 감소 등에 따른 돌봄 공백, 가정 내 학대나 폭력에 대한 무방비 상황 등으로 복지 사각지대의 범위와 규모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 그간 정부와 지자체는 방역, 그리고 방역으로 인한 실물경제 위축에 대처하는 데 급급했고, 일상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복지대상자 상담이나 방문서비스, 모니터링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최근 ‘방배동 모자사건’은 노숙하고 있는 최씨를 발견한 사회복지사가 그에게 말을 걸고 상황을 확인하고 돕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결정적으로 제보하지 않았더라면,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발달장애인으로 추정되는 최씨가 어머니의 사망 후 꽤 오랫동안 노숙을 했고 심지어 시신은 방치상태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인데, 정부가 관리하는 복지대상자였다는 것이 더 큰 문제로 드러났다.

최지선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수

위기 가구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사회보장 정보를 알지 못하거나 복지대상자에 대한 낙인과 편견, 가족의 반대, 증빙서류를 준비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 심리적 부담 등 사회보장급여 신청에 이르는 각종 장애물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둘째, 당사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맞춤형으로 안내하지 못하거나 상담과 사례관리를 통한 적절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셋째, 어렵게 신청하였으나 연령, 소득, 부양의무자기준 등으로 수급 자격요건이 되지 않는다. 넷째, 수급자가 되어도 급여 수준이 충분하지 않거나 건강이나 일상생활, 돌봄 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최씨의 경우, 긴급복지지원 대상자로 책정되었지만, 어머니가 없는 상황에서 어디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 파악하고 독립생활을 해나가고자 한다면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 더 큰 과제이다.

또한 사회보장급여가 지원되는 과정의 복잡성과 분절성 및 파편성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지원을 못 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수급책정을 기다리는 동안 후원금품 제공 등 비공식적인 지원이라도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보장급여의 자격 기준과 급여 수준이 변동되면 필연적으로 재정과도 연동되기 때문에 무엇 하나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위기 가구의 사회안전망 진입을 위해서 정부는 무엇을 하는가?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에서는 위기 가구 발굴을 위한 정보수집과 처리, 신고의무자 지정, 지역사회보호체계 구축을 위한 민관협력 등에 관해 명시하고 있다. 이 법은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개정, 긴급복지지원법 개정과 함께 송파 세 모녀 법으로 불리며 제정된 법이다. 지자체에서는 단전·단수·단가스, 국민건강보험료, 공공주택 임대료, 공동주택 관리비 체납 등 정보를 확보하여 일일이 확인한다. 어려우면 도움을 요청하라고 홍보하고, 통·이장 등을 통해서 어려운 사람을 찾아낸다. 그런데 수집된 정보의 범위와 시차 등 효용성 문제, 전화 연락이나 방문에 대한 거부 등으로 위기 가구 발굴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진 않는다. 문제는 이웃조차도 모르는 어려운 가구가 많다는 것이다.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으나 위기 가구를 ‘발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역사회에서 환대받지 못하는 발달장애인이나 아픈 노인, 북한 이탈 주민, 가정폭력 피해 여성 등은 주민의 눈에 띄지 않는다.

정부는 위기 가구 발굴 이후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 읍면동에 종합상담창구를 만들었지만, 배치된 인력의 규모나 업무수행 여건에서 아직 충분하지 않다. 안내와 상담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도움을 못 받았다면, 다시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 촘촘한 사회안전망이라고 표현할 때, ‘촘촘함’의 의미와 전략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구상은 더 포괄적이고 중장기적으로, 일선 현장의 대응역량 강화에는 더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사람은 ‘발굴’이나 ‘발견’의 대상이 아니다.

 

최지선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