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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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체제 '시즌3'?… 변창흠 막말 논란 후폭풍

김군 사고 당시 문 대통령 “구의역은 지상 세월호”
변창흠, 약자에 대한 인식 문 대통령과 거리가 멀어
김현미, 최정호 전 후보자 낙마로 강제 유임된 적 있어
사진=연합뉴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시절 사회적 약자 비하성 발언을 한 사실이 18일 공개되면서 여권에서는 한 때 ‘난기류’가 감지됐다. 특히 구의역 사고로 숨진 김모군 관련 발언은 진보 진영에서도 거센 비판이 나왔다. 이 때문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또다시 본의 아니게 붙잡히는 것 아니냐는 설까지 돌았다. 변 후보자는 이날 “SH 사장 재직 시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게 돼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저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변 후보자가 사퇴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민주당 위원들 “후보자가 잘 해명할 것”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난처한 기색을 드러내면서도 “후보자에서 사퇴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국토위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은 세계일보 통화에서 “보도를 통해 내용을 봤는데 앞뒤 상황에 대해 후보자에게 소상히 해명하고 소명하라고 해 사과를 했다”며 “지금 우리 상황이 부동산 민심 등이 매우 엄중한데 이 문제로 장관 후보를 낙마시킬 수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처럼 큰 흠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니어서 솔직하게 다 얘기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국토위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본인이 잘 해명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통화 이후 변 후보자는 결국 사과를 했다.

 

하지만 바닥 기류는 심상치 않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특히 구의역 김군 관련 발언은 도가 지나친 것 같다”며 “사과할 건 깔끔하게 사과하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여론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서는 자칫 변 후보자가 낙마하면 이미 최장수 국토부 장관 타이틀을 달고 있는 김 장관이 또 붙잡히게 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2017년 5월 문재인정부 출범 후 6월 취임한 김 장관은 지난해 3월 개각 때 물러날 수 있었다. 하지만 후임으로 지명됐던 최정호 전 국토부 2차관이 부동산 투기 의혹과 편법 증여 논란이 제기되면서 결국 자진사퇴해 김 장관이 유임됐다.

문재인 대통령(왼쪽),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고 4주기를 앞두고 지난 5월 23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 승강장 앞에서 한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 김군 사고 당시 “구의역은 지상의 세월호”

 

변 후보자는 최 전 차관과 같은 논란은 아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기조와 다소 거리가 있는 발언을 한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거취 문제를 둘러싸고 압박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김군 사고 당시 “새누리당 정권이 추구하고 방치한 이윤 중심의 사회, 탐욕의 나라가 만든 사고인 점에서 구의역은 지상의 세월호였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정부는 반성할 줄 모르고, 오히려 진상규명을 가로막고 있다”며 “그 무책임과 무반성이 또다시 구의역 사고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또 “새누리당 정권은 공공기관마저 효율성과 수익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도록 몰아갔고, 공공성과 조화돼야 한다는 야당 주장을 듣지 않았다”면서 “최소한 안전과 관련한 업무만큼은 직접고용 정규직이 맡아야 한다는 야당의 요구도 외면했다”고 호소한 바 있다.

 

◆변창흠 “아무것도 아닌 일 때문에 사람이 죽은 것” 논란

 

변 후보자는 2016년 발생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에 대해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위험한 업무 외주화로 빚어진 참사를 개인 책임으로 몬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인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지난 14일 진주 LH 본사 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하고 있다. LH 제공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실이 공개한 SH 회의록 자료에 따르면 변 후보자는 2016년 6월30일 열린 간부회의에서 구의역 사고를 언급하면서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 때문에 사람이 죽은 것이고, 이게 시정 전체를 흔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마치 시장이 사람을 죽인 수준으로 공격을 받고 있는 중”이라며 “사장이 있었으면 두세 번 잘렸을 정도”라고 밝혔다. 당시 사고 책임 문제를 두고 여론의 비판이 거셌던 박원순 전 시장을 두둔한 발언이었다.

 

변 후보자는 “서울시 산하 메트로로부터 위탁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었다”며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걔만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는데 이만큼 된 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현장이 많다”며 “조금의 실수가 없게 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는 총체적인 시스템 부실이 초래한 인재 참사를 두고 업체 직원이 실수로 사망한 것으로 치부하는 등 희생자를 모욕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변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서는 정의당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장혜영 원내대변인은 “본인의 잘못된 과거 발언에 대해 뉘우치고 국민 앞에 진정성 있게 사과하라”며 “오늘도 어딘가에서 위험과 죽음을 무릅쓰고 위태롭게 일하고 있는 모든 김군들에게 진심을 담아 사죄하라”고 질타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