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병원 우미혜 임상영양사는 “당뇨병, 암, 신장질환 같은 만성질환자의 경우 영양교육이 필요한데 마스크로 인해 소통에 어려움이 많다”며 “중요한 것은 서로 배려하고 지켜주려는 마음인 것 같다. 길고 긴 코로나 터널을 이런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지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는 지선영 간호사도 “매일매일이 긴장과 두려움의 연속”이라면서도 “선별진료소는 코로나19의 최전선이고 지역사회 감염고리를 차단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사명감이 더 앞선다”고 밝혔다.
힘든 와중에 함께 고군분투하는 의료진과 환자는 서로에게 힘이 됐다. 경희대병원 서현기 간호팀장은 “치료제가 없는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두려움은 의료진이 전쟁터의 군인들처럼 서로를 격려하게 했다. 감염내과와 호흡기내과 교수님이 수련의, 전공의 대신 반복되는 코로나19 검사를 직접 하는 등 서로에 대한 배려가 커졌다”며 “우리 민족은 위기에 강하다는 말처럼 코로나19를 통해 ‘코벤저스(코로나19+어벤저스)’팀이 만들어졌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병대응팀에서 근무하는 박진미 간호사는 “두렵고 불안한 격리병동 생활에 큰 위안이 되어주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한 환자도 있고, 정이 든 환자에게 간호사들이 롤링페이퍼를 건네기도 한다”며 “힘들고 지쳐도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고 있다는 위안과 확신이 하루하루를 이겨내는 힘이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길어지면서 비수도권 의료진의 서울·경기 지역에 대한 재능나눔은 본격화한 지 오래다. 대구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윤경석(47)씨는 최근 대한의사협회 재난의료지원팀이 모집한 수도권 의료인력 모집에 이비인후과 의사인 후배와 함께 지원했다. 코로나19 환자 전담 병동에서 야간진료를 맡고 있다.
윤씨는 애초에는 성금이나 물품만 보내려고 했지만 솔선수범하는 주변 의사들을 보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 2~3월 대구가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당시 의료진들의 노력과 응원을 되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경북소방본부 119안전센터 이선호(38) 구급대원도 근 3주째 서울에서 코로나19 환자 이송 업무를 맡고 있다. 5살 아들과 3살 딸이 눈에 어른거릴 때면 휴대전화 영상통화 버튼을 눌러 그리움을 달랜다. 이 대원은 “코로나19 ‘1차 대유행’ 당시 전국에서 대구·경북으로 한달음에 달려온 소방·구급대원의 은혜를 잊을 수 없다”며 “그때 진 빚을 언제 갚나 고민하던 중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해 고민 없이 자원했다”고 말했다.
문화공연계도 코로나 19로 큰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도 연대(連帶)를 통한 공동체 위기 극복에 앞장서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피폐해진 국민 정서를 채워준 여러 공연 온라인 중계도 사실 ‘코로나19 극복’이라는 대의에 공연계가 동참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저작권과 출연진 초상권 등이 얽혀 있어 무대 공연의 온라인 공개는 복잡한 사전 절차와 협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극장 문이 닫히자 어떤 식으로든지 무대는 계속 열려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우수 공연이 대거 안방 극장에 온라인 중계될 수 있었다.
스타들도 앞다퉈 국민을 위로했다. 연대와 협력을 통해 극복하고 다시 시작하자는 대국민 응원 방식의 국민 참여 캠페인 ‘다시챌린지’에 참여한 뮤지컬 배우 김소현은 “코로나19로 모두 지치고 힘든 시기입니다. 특히 우리 공연 예술계가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응원하며, 어려운 시기에 찾아주시는 관객 여러분들께 마음을 다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고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렸다.
정진수, 대구·안동=김덕용·배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