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앙부처 공무원인 이모 주무관은 ‘○○총괄과’로 배치받은 뒤 속으로 울분을 터뜨렸다. 매번 업무량이 많고 남들이 기피하는 부서로만 인사발령이 나서다. “워낙 능력이 좋으니까. 지금은 힘들고 고생이지만 나중에 다 빛을 볼 것”이라는 팀장의 위로가 짜증이 날 정도다. 주변 친구들이 왜 “능력을 적당히 숨기는 게 진짜 능력”이라고 조언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달래고 있다.
#2. 윤모 사무관은 성과급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과장은 “자네는 연차가 낮잖아. 선배들한테 양보해야지”라고 말한다. 물론 공직사회 특성상 객관적 평가가 어렵다는 것은 이해를 한다. 고작 2∼3년간의 성과로 선배들이 십수년간 쌓은 연륜에 비교할 생각도 없다. ‘그래도 연공서열이 평가의 전부가 되다니. 그건 정말 공정하지 못해!’라는 말이 목끝까지 치밀어 오른다.
공직사회에 ‘공정’바람이 불고 있다. 합리적인 업무와 수평적인 인간관계, 일과 생활의 균형(워라밸) 등을 지향하는 20∼30대가 공직사회에 대거 진출한 결과다. 치열한 입시경쟁과 취업 관문을 거친 이들은 공직사회의 가치, 업무, 승진 등에 있어서도 합리적인 조직문화 및 공정한 신상필벌을 요구하고 있다. 공직사회의 세대변화에 대응해 채용과 직급체계, 승진, 퇴직 등에 있어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무원 10명 중 4명은 ‘공정세대’
통상적으로 세대론에서 55세 이상은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 38∼48세는 X세대(1970∼1980년생), 18∼37세는 Y세대(1981∼2000년생)로 분류한다. 베이비붐세대는 권위를 존중하고 사회·경제적 성공을 우선시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X세대는 워라밸과 함께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인식을, Y세대는 개인주의적 가치관과 함께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 등 각자의 개성을 중시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한국 공무원들 중 ‘1990년대생’을 비롯한 Y세대는 어느 정도일까. 21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18년 8월 기준 국가·지방직 공무원(106만8600여명) 중 약 38%는 30대 이하(30대는 27.4%, 20대 이하는 10.5%)다. 공무원 10명 중 4명가량이 Y세대(공정세대)인 셈이다. 반면 40대는 32.7%, 50대 이상은 29.3%였다. 2013년과 비교하면 20대 이하와 50대 이상이 각각 3.4%포인트, 1.0%포인트 증가했다. 공직사회의 세대갈등이 보다 격화할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공직사회에서 공정에 관한 세대 간 인식 차이는 성과평가나 업무분장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정부혁신어벤져스팀이 지난 8월 ‘시니어 공무원’(1960∼1970년대생) 1196명과 ‘주니어 공무원’(1980∼2000년대생) 181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업무 성과에 대한 평가는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문항에 ‘(매우)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시니어가 37.6%에 그친 반면 주니어는 49.2%에 달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공무원 세대별 인식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15∼31일 32개 부처 공무원 약 300명을 대상으로 ‘역량과 업무 성과에 따라 승진을 한다’는 문항을 질문한 결과 베이비붐세대는 5점 만점에 3.35점을 준 반면 Y세대는 3.17점만을 줬다. 1995년 이후 출생(Z세대) 공무원은 이보다 더 낮은 3.03점이었다.
‘보수는 근속연한보다 능력에 따라 지급돼야 한다’ 항목에선 베이비붐세대 3.13점, X세대 3.25점, Y세대, 3.37점, Z세대 3.46점 등 젊은 공무원일수록 호봉보다는 능력에 따른 보수를 바랐다.
◆이직하고 싶은 공무원 59% vs 49%
공무원 채용이나 공직 가치에 관한 인식은 세대별로 크게 다르다. ‘블라인드 채용방식이 합리적이고 공정하다’는 문항에 Y세대는 3.58점을 준 반면 베이비붐세대는 3.45점을 주는 데 그쳤다. 공무원 채용 선발기준에 있어 ‘수월성(역량·전문성)보다는 형평성(성별 등 균형인사)이 중요하다’는 문항 답변 결과도 베이비붐세대 3.19점, Y세대 2.83점으로 갈렸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라는 공직 가치에 대해서도 세대별 인식차(베이비붐세대 4.13점, Y세대 3.51점)를 보였다.
각 세대는 이직(조기퇴직)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 정부혁신어벤져스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니어공무원의 58.6%, 시니어공무원의 49.3%가 이직을 생각한 적 있다. 이직을 생각하는 이유는 세대별로 다소 차이를 보인다. Y세대는 ‘보수와 복리후생 등 복무여건 불만족’(3.57점), ‘건강, 공부, 가사 등 개인사유’(3.52점), ‘적성 또는 직장 전망 불확실’(3.10점) 등의 순으로 많았던 반면 베이비붐세대는 ‘개인사유’(3.67점), ‘복무여건 불만족’(3.03점), ‘전망의 불확실’·‘근무환경 불만족’(각 2.97점) 등의 순이었다.
실제 과다한 업무량과 상대적으로 적은 봉급, 불합리한 조직문화 등을 못 견디며 공직을 떠나는 젊은 공무원들이 많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완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직한 지 5년도 되지 않아 퇴직금을 수령한 공무원이 지난 5년간 2만8934명으로 전체 퇴직자(19만3288명)의 15%를 차지했다. 2017년 1만7481명이었던 퇴직자(정년퇴직자 제외)는 2019년 2만1943명으로 3년 새 25.5%나 늘었다.
행정연은 공직 가치나 승진·채용, 업무방식 등에 있어 공무원들의 세대 간 인식 차이를 반영한 제도나 공직문화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적인 예가 업무방식의 차이다. 협업보다 혼자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Y세대는 3.21점, 베이비붐세대 2.45점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행정연은 “베이비붐·X세대에게 협업은 회의, 보고 등인 반면 Y·Z세대에겐 비대면·온라인일 수 있다”며 “‘적정한’, ‘올바른’ 협업에 대한 세대 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