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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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랜선뿐”… ‘5인 이상 모임 제한’에 연말 ‘비대면 파티’ 성황

정부, 24일부터 전국 식당 ‘5인 이상 모임’ 금지
수도권은 23일부터 5인 이상 모든 사적 모임 제한
모임 취소하는 시민들…“온라인으로라도 소통 기회 마련”
“처음엔 어색했지만 곧 수다 삼매경”…‘랜선 모임’ 긍정적 평가
게티이미지뱅크

“연말인데 누굴 만날 수가 없으니 온라인으로라도 소통할 기회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 여파로 23일부터 수도권에서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모두 금지되는 가운데 대면 모임 대신 ‘크리스마스 랜선 홈파티’를 준비한 직장인 김모(28)씨와 이모(28)씨는 22일 “홀로 연말을 보내지 않고, 지인들과 함께 따뜻한 연말을 보내고 싶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온라인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구글 행아웃’을 통해 열릴 이 랜선 홈파티에는 맥주 1캔 이상의 술과 공통 안주인 과자 ‘홈런볼’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대화 소재 고갈 등 당황스러운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진행자 선정은 물론, 그림 퀴즈게임(캐치마인드)부터 노래 맞추기 게임, 애장품 경매까지 여러 프로그램도 꼼꼼히 준비했다. 이씨는 “소수의 친구만 모이는 게 아니라 다양한 지인들에게 링크 주소를 공유해 파티 참가자들이 새로운 사람들과 만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면서 “코로나19 여파로 올 한 해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 형성이나 소통이 어려웠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참가자들이 그 아쉬움을 달랬으면 한다”고 말했다.

 

잦아들지 않는 코로나19 사태에 각종 연말·연시 모임을 취소하는 분위기 또한 확산하면서, 온라인 비대면 모임으로 눈길을 돌리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방역당국은 소수만 참여하는 모임도 코로나19 전파 계기가 될 수 있는 엄중한 시기인 만큼, 대면 모임을 가급적 자제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정부가 24일 0시부터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했다. 이 같은 조치는 내년 1월 3일 밤 12시까지 전국에 일관되게 적용한다.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구내식당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을 알리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스1

◆정부, 크리스마스이브부터 모든 식당 ‘5인 이상 모임’ 금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크리스마스이브인 오는 24일부터 내년 1월3일까지 전국의 모든 식당에서 5인 이상의 모임을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반할 경우 식당 운영자에게는 300만원 이하, 식당 이용자에게는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아울러 중대본은 시민들에게 5인 이상의 사적 모임, 회식, 파티 등도 취소하라고 강력 권고했다. 

 

이번 조치는 크리스마스 및 연말·연시를 맞아 사람 간 접촉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정부가 방역 강도를 한층 끌어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여부와 상관없이)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맞아 국민들 이동량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인 만큼, 맞춤형 대책을 수립해 1월3일까지 별개로 시행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서울시와 인천시, 경기도는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해 23일부터 내년 1월3일까지 5인 이상의 모든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시행한다고 밝힌 상태다. 실내·외를 막론하고 5명 이상이 모이는 동창회·송년회·직장 회식 등 개인적인 친목모임이 수도권에선 모두 금지된다. 5인 이상의 모임이 가능한 상황은 주민등록표상 거주지가 같은 가족이거나 공무 수행, 기업경영활동을 위해 모인 경우 등으로 제한된다.

서울시가 경기도, 인천시와 함께 23일 0시부터 내년 1월3일까지 5인 이상 실내외 사적모임 금지 행정명령을 발동해 시행을 하루 앞둔 22일 서울 종로 거리 일대 식당가가 한산한 모습이다. 뉴시스

◆정부·지자체 강력 조치에…“약속 취소하고 ‘랜선 모임’으로 선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강력 대응 조치에 나서면서, 시민들 사이에선 대면 모임을 취소하고, 이를 랜선 모임으로 대체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27)씨는 “원래 고향 친구들과 연말 모임을 하려 했는데, 경기도의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로 약속을 취소했다”면서 “그래도 연말인데 혼자 보내기에는 아쉬워서 친구들과 랜선으로 모여 ‘근황 토크’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비대면 연말 모임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관심도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한 운동 커뮤니티에 온라인 송년회를 했다며 사진과 함께 글을 올린 회원 A씨는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줌(ZOOM·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하는 회의가 많아 송년회도 온라인으로 열어봤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면서 “다 같이 모여 술 마시며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낯가리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어 좋았다”고 평가했다. 한 지역 커뮤니티 회원 B씨는 “코로나19로 송년회가 지난달부터 미뤄지다 결국 대면 만남을 포기하고 온라인 송년회를 했다”며 “처음엔 어색했지만 곧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직접 만나는 것만은 못해도 이것도 좋더라”고 적었다. 비대면 모임 외에도 코로나19로 여행을 포기해야 했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랜선 투어’,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온라인으로 시청하는 ‘랜선 콘서트’ 등 연말·연시 시민들의 허전함을 달래 줄 각종 비대면 이벤트들도 호응을 얻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모임 대신 비대면 방식의 ‘크리스마스 랜선 홈파티’를 기획한 김모(28)씨와 이모(28)씨가 파티 참가자들에게 준비물 및 링크 주소 등을 안내하고자 제작한 웹페이지 캡처.

◆“어떠한 모임·만남도 위험…실내서도 마스크 착용 당부”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를 잡기 위해선 이번 연말·연시 방역 강화 대책 준수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금은 그 어떤 모임과 만남도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가족을 만나는 일조차 예외일 수 없다”면서 “잠깐이라도 마스크를 벗는 행동 역시 감염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실내에서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