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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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 깎아내리던 일부 日언론, ‘의료 긴급사태 선언’ 타전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긴급사태선언. 사진=커뮤니티 캡처

 

세계적 수준인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놓고 ‘자화자찬’이란 표현을 써가며 깎아내리기에 열 올린 일본 극우 언론을 비롯한 일부 언론들이 22일 자국의 ‘의료 긴급사태 선언’을 긴급히 전했다.

 

한일 양국에서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날 0시 기준 한국의 신규 확진자 수는 869명을 기록하며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1000명 아래로 감소한 반면, 같은 날 일본 전국의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과 공항검역소 별로 발표된 신규 확진자는 총 1806명으로 한국의 2배를 넘기며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다.

 

최근 한국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00명대를 기록하며 급증한 것은 사실이나 지난 8월 15일 이후 최근까지 단 한 번도 일본의 신규 확진자 수를 넘지 못했다. 이에 일부 일본 시민들이 “한국의 감염 위험이 더 낮은 수준을 보인다”고 비판에 나서기도 했다.

 

◆日누적 확진자 20만명↑ 사망자 3000명 육박

 

22일 NHK에 따르면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한창인 일본에서 연일 코로나와 관련한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날 일본의 신규 확진자는 주말을 앞두고 검사 건수 감소 영향으로 7일 만에 2000명 미만을 나타냈지만 월요일 기준으로는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이같은 추세에 따라 누적 확진자도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전날 기준 누적 확진자는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했던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선자 712명을 포함해 20만 1762명에 달했다.

 

특히 사망자는 전날 48명 늘어 2978명이 되면서 3000명 선에 바짝 다가섰다. 22일 한국의 사망자는 24명으로 일본의 절반 수준이며 누적 사망자 수는 722명으로 일본의 사망자가 한국보다 4배 이상 많다.

 

더 큰 문제는 중증환자 역시 급증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인공호흡기 치료 등을 받는 중증자는 전날 기준 603명으로 하루 새 10명 증가했다.

일본 의사회 등 9개 의료 관련 단체는 지난 21일 ‘의료 긴급사태 선언’을 발표하고 정부의 과감한 방역 대책을 촉구했다. 아사히신문

◆일본 현지 의료계 ‘의료 긴급사태 선언’

 

코로나19의 일일 신규 확진을 비롯해 누적 확진자, 사망자, 중증환자가 급증하자 한계에 달한 일본 의료계는 긴급사태를 선언하고 나섰다.

 

앞서 K방역을 조롱했던 산케이신문 등 현지 언론은 이날 일본 의사회, 간호협회, 병원협회 등 9개 의료기관 관련 단체(이하 의료단체)가 전날(21일) 발표한 긴급 선언을 전했다.

 

의료단체는 일본 도쿄도 분쿄구에 있는 의사회관에서 진행된 합동 기자회견에서 “이대로는 (일본) 전국에서 필요한 의료 서비스 제공이 이뤄지지 않게 된다”며 “온 국민이 하나가 돼 코로나19 감염을 물리치기 위한 뜻을 결정하는 건 지금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의료단체는 이어 철저한 감염 방지 대책을 촉구하며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를 늘리지 않도록 하는 방역 긴급사태 선언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일본 의사회 나카가와 토시오 회장은 “정부는 정책 변경에 주저할 필요가 없다”며 “하루빨리 조처를 내려달라. 비상사태 선언은 정부 판단이다. (지금) 의료(현장)는 긴급사태”라고 밝혔다. 이어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코로나19) 극복 의지를 보여달라”며 과감한 대응을 촉구했다.

 

일본 병원회 아이자와 타카오 회장은 더 나아가 “국민의 이동 및 행동 제한을 정책으로 내걸고 나가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더 신중”

 

반면 일본 정부는 긴급사태 선언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아베 신조 전 정부에서 긴급사태를 선언하며 코로나 종식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고 확진자는 소폭 감소에 그친 바 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이날 TBS 프로그램에 출연해 코로나19 확산 지역에선 음식점 등의 영업시간 추가 단축 문제 등을 해당 도도부현과 협의하겠지만 현시점에서 전국적으로 긴급사태를 선포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지난 16일 일본 도쿄 도심에서 ‘코로나는 거짓’ 등의 글이 적힌 손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소셜미디어(SNS)캡처

◆‘코로나는 감기’ 정부 방역 반대 시위도

 

한편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전국이 고통받는 상황 속 일부에서는 코로나19를 ‘단순 감기’로 치부하며 음모론을 제기하고 나서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사기마저 꺾고 있다.

 

지난 16일 일본 도쿄 도심에는 ‘코로나는 거짓’ 등의 글이 적힌 손팻말을 든 이들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코로나 방역에 힘쓰는 일본 정부 및 후생노동성을 비난하며 언론에서 전하는 코로나 관련 ‘뉴스를 삭제하라’ 등의 이해하기 힘든 주장을 펼쳤다.

 

이 모습을 본 일본 시민들은 “표현의 자유가 있다지만 지나치다”,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억지 주장하는 건 옳지 못하다”, “수고하는 의료진이 불쌍하다” 등의 비판글을 남겼다.

 

일본 의료진은 정부의 코로나 극복 의지를 보여 달라고 호소하며 ‘의료 서비스 중단’이란 절박한 상황을 전하고 있다. 일본의 일부 언론은 “한국 정부가 K방역에 자만하다가 다른 나라에 추월당했다” 등의 걱정보다 일본의 심각한 코로나 상황을 더 걱정하는 게 좋아 보인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