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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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율 “촛불 배신한 靑·여당, 그걸 방관하는 진보단체 모두 무능력” [세상을 보는 창]

‘조국 흑서’ 저자
‘反 조국’의 시작은
권력감시하는 시민단체로서 역할했을 뿐
정경심 교수 투자의혹 WFM 감사보고서
의혹투성이 회사… ‘조국 자격 없다’ 판단
참여연대 회의서 ‘함구하자’ 해 발끈했다
윤 총장 사태·여당 폭주 어떻게 보나
윤 총장 징계는 정치적 결정… 민심 돌아서
與, 대북전단금지법 민주주의 기본 파괴
공정경제 3법은 후퇴·중대재해법 제자리
공수처 집착도 정권비리 덮기용 아닌가
참여연대서 파문 힘들었을 텐데
일일이 변명하다 더이상 필요를 못 느껴
본분 망각한 진보인사들이 문제 아닌가
‘한번도 경험해보지못한 나라’ 베스트셀러
사람들 목말라했던 목소리 뭔지 알게 돼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가 1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조국 사태는 공정, 정의, 도덕성 등 진보진영 가치를 썰물처럼 쓸어가 버렸다. 586 운동권의 민낯을 보여준 조국 사태는 누가 진정한 시민운동가인지도 판별해줬다. 김경율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대표). 그는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시절 진영 논리에 갇힌 진보 시민단체와 운동가들이 단일 대오로 조국 수호 깃발을 들 때 외로이 제 목소리를 냈다. 참여연대에서 사실상 ‘파문’을 당하고 배신자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권력 감시의 고단한 길을 가고 있다. 16일 그를 만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와 어용기관화한 시민단체, 여당의 입법폭주 등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 법무부가 윤 총장에게 정직 2개월 징계처분을 했다.

“문재인정부의 바닥이 드러났다. 청와대와 정치권에서 이미 열흘 전 정직 3개월 얘기가 나왔는데 이게 윤 총장에 대한 정치적 징계라는 걸 보여주지 않나 싶다. 정치적 결정이었다고 본다. 우리 국민은 대통령을 여러 번 끌어내려 봤던 DNA가 있다. 민심 이반이 상당히 심각하다.”

―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폭주를 하고 있는데.

“국민이 민주당에 180석의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좋은 정책과 공약을 실천할 너무 좋은 조건이 조성되었는데 대북전단살포금지법, 5·18 왜곡처벌법을 만든 건 민주주의의 기본을 파괴하는 행위다. 요란했던 공정경제 3법은 후퇴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처리하지 않고 있다.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벤츠 S클래스를 국민한테서 선물받아 도로 파괴하는 데 쓰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경악스럽고 가증스럽다.”

― 집값 폭등으로 서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20번 넘게 부동산대책이 나왔는데 제대로 먹힌 게 없지 않나. 2017년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주택임대사업자제도를 활성화해 집값을 잡겠다고 했었다. 그때 참여연대와 민변이 긴밀히 개입했다. 그 사람들 뇌 회로에선 A하면 B가 이뤄지고 C가 돼서 집값이 안정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세무실무를 오래해본 사람 입장에서 보면 이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정말 단세포적인 생각이다. 현실을 모르니 부동산 정책의 한계가 너무 명확하다.”(다주택자 투기 수단 논란 끝에 지난 7월 단기 임대(4년)와 아파트장기매입임대(8년)제가 폐지됐다.)

― 문재인정부와 여당이 잘못을 사과하지 않는 이유는.

“좀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원래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내로남불이 심하다. (청와대와 여당의 주축인)586들은 잘못을 인정하는 DNA가 없는 것 같다. 수령의 무오류성을 강조하는 NL(민족해방계열 운동권)이 아니면 이러기 힘들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원래 인식도 그렇거니와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면 조직 내부 경쟁에서 뒤처지고 인사권자 눈에서 벗어나 도태될 것이라고 생각해 그런 게 아닐까. 노무현정부 때는 덜했다. 그땐 (잘못을 인정 않는) 586이 끽해야 비서관, 행정관이었는데 지금은 정책을 책임지는 수석 자리에 있다. 그 차이 같다.”

― 여권은 왜 그렇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집착하나.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사건,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 등 정권비리 수사 뭉개기용이라는 지적이 많은데 그게 정답일 것이다. 그것 말고는 생각할 수 있는 게 없다. 칼끝이 자기 목을 향하고 있으니까. 조국사태 와중에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가 있었고 점점 화를 키웠다. 월성원전1호기 사건도 문제가 있으면 처음에 도려냈으면 되는 거였다. 그런 기회를 계속 놓치다보니 이 지경이 됐다. 윤미향 의원이다 뭐다 누구하나 도려내질 못하지 않나.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조국일가가 권력기관 개혁하다 멸문지화당했다’는 페북글을 올렸는데 자초한 것 아닌가. (그렇게 되기 전에) 조국을 끌어냈어야지.”

― 라임·옵티머스 펀드 연루자들 수사가 더디다.

“라임 리스트는 올 5~6월쯤 보도됐는데 기사에 나온 이니셜을 실명으로 전환한 메시지를 민주당 인사로부터 받았다. 이상호 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김병욱·기동민 의원 등등. 이상호는 구속됐고 기동민은 인정했다. 그럼 수사가 속도를 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연루자들은 스스로 무죄 입증을 하지 못하면 진퇴를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 야당 비토권을 없앤 공수처가 출범하면 수사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 반(反)조국 전선에 뛰어든 이유는.

“솔직히 고민 별로 안 했다. 하던 일 하던 거니까. 방송기자가 (조국 부인 정경심 교수가 투자 의혹을 받는) WFM을 봐 달라 해서 감사보고서를 들여다봤는데 그게 시작이었다. 강조사항 항목을 보니 의혹투성이 회사였다. 조국은 법무장관과 공인 자격이 없는 것 같다고 기자에게 말하고 내 이름은 인용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참여연대 우리 팀 회의에서 유명 변호사가 권력형 범죄가 아니니 조국 얘기 하지 말자고 하더라. 논평낼 때 윤석열 총장 장모와 부인, 한동훈 검사장 처남도 거론하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맥락이 없는 것 아닌가. 상임집행위원회도 하지 말라고 하고. 화가 나서 지난해 9월29일 페이스북에 참여연대가 지금 이런 혐의자를 걱정해주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김 회계사는 다음날 징계위에 회부됐고 사임했다.)

― 진보 시민단체들이 본연의 권력 감시 기능을 상실했는데.

“지금 시점에서 참여연대를 시민단체라고 할 수 있을까. 권력과 너무 가까워졌고 권력의 일부가 돼버렸다. 요즘 나오는 검찰개혁 성명은 민주당 성명인지 시민단체 성명인지 구분이 안 된다. 참여연대 출신 인사들이 현 정부 핵심요직에 많이 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스스로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질 못했다. 대오 각성해야 한다. 민변은 더한 것 같다. 지금 윤 총장 찍어내기는 민변 출신들이 하고 있지 않나. 시민단체는 진보와 보수진영을 모두 비판해야 한다. 민주당 권력이 촛불을 배신하고 있는데 아무 말도 안 하는 건 능력이 없는 거다. 그런데도 반성을 하지 않는다.”

― 국민의힘 혁신 조치들을 어떻게 보나.

“5·18 문제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해 사과했는데 잘했다고 칭찬하고 싶다. 보수가 극우와 단절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진보 보수 구분을 싫어하지만 보수쪽 사람들이 훨씬 건강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염치는 아니까. 최근 보수단체 토론회 섭외 와서 가보면 들을 말이 많더라. 국민의힘은 저출산, 기후변화 등 사회 문제에 대해 의제를 설정하고 개혁적으로 풀어나갈 능력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다만 민주당식 해법이어서 자신들이 주장하기엔 안 맞다고 이야기하는 건 없어졌으면 좋겠다. 의제를 개혁적으로 선점해 가는 것은 보수의 가치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건강보험도 박정희 전 대통령 때 한 거고 헌법에 경제민주화를 명시한 것도 보수 정권 때 아닌가.”

― 조국을 비판하면서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욕설 문자가 많이 왔다. 스스로 변명하려고 노력했다. 많은 진보 인사들이 나한테 전화 걸어오고 문자 보내 묻고 하면 변명하기 급급했다. 왜 문제 제기를 했는지, 취지가 뭐였는지 수세적으로, 소극적 입장에서 자꾸 그랬다. 100명 중 나 하나였으니까. 요즘은 저 사람들 질문에 답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나는 변하지 않았고 저 사람들이 잘못한 것 아닌가. (진보 인사들이) 본분을 망각한 거니까 꼬집고 지적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생각한다.”

―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베스트셀러가 됐다.

“초판을 5000부 찍나 3000부 찍나 했다. 반농담이지만 안 팔리면 저자 다섯 명이 나눠 사자고 했다. 진보진영은 이 책을 안 살 거고 보수진영은 우리 편이 아닐뿐더러 사서 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독자들이 무조건 책부터 사고 보자는 식으로 사는 걸 보고 그야말로 위안, 힐링이 됐다. 이런 목소리를 사람들이 목말라 했구나 하는 생각에 정말 깜짝 놀랐다. 조국 사태 이후 잠을 계속 못 잤다. 수면유도제를 먹을 정도였다. 책은 한 번도 읽지 못했다. 이 책을 내면서 불면증이 사라지고 사회과학책도 읽을 수 있게 됐다.”(저자들은 17일 10만부 판매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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