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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러 군용기 카디즈 진입… 한·미·일 안보협력 다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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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폴레프(Tu)-95MS 폭격기

중국·러시아 군용기 19대가 그제 동해상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에 진입했다가 이탈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H-6로 추정되는 중국 군용기 4대가 이어도 서쪽에서 카디즈에 진입했고 이 중 2대는 울릉도 동쪽을 지나 빠져나갔다. Tu-95폭격기 등 러시아 군용기 15대도 동해 카디즈 북쪽에서 진입해 이 중 2대가 독도 동쪽으로 벗어났다가 다시 들어왔다. 지난해 7월 이후 1년5개월 만에 중·러 군용기의 카디즈 동시 진입 사태가 또 발생한 것이다. 우리 공군 전투기가 대응 출격했고 중·러 군용기가 일본방공식별구역을 지날 때는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도 긴급 발진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중·러의 연합훈련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중·러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해서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조 바이든 미국 차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흔들고 미국의 방위공약을 시험하려는 무력시위 성격이 짙다.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의 균열을 내려는 의도가 깔려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러시아는 우리 측에 사전 통보 없이 무단 진입하는 도발을 하고 관련 동영상을 공개하기까지 했다. 지난해 7월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가 독도 인근 우리 영공을 침범해 우리 공군 전투기들이 경고사격을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 이번에 또 계획적인 도발을 했다.

외교부가 중국과 러시아에 유감을 표명하고 국방부는 양국의 한국 주재 무관에게 유선으로 우려를 전하는 선에서 끝냈다. 미 국무부가 “중·러의 도발적 공군작전같이 역내를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시도를 막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과 대비된다. 매번 이렇게 미온적으로 대응하니 중·러가 카디즈를 자국 공군기의 뒷마당 훈련장으로 삼는 것 아닌가. 정부는 양국이 국제 관행을 무시한 데 대해 더 강력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중·러의 카디즈 도발은 한·미·일 3각 안보협력 체제의 빈틈을 노린 것이다. 한국이 강제동원 배상 판결 문제로 일본과 갈등을 빚고 미국과도 대북전단금지법 등으로 불협화음을 내는 상황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의 약한 고리인 한국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엄중한 상황은 우리 안보의 토대인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운다. 한·일 갈등도 안보협력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세심히 관리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한·미·일 안보협력 다지기에 힘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