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국회가 59년 만에 한 해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한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도부에서 또다시 추경론이 거론됐다. 추가 추경이 현실화한다면 코로나19 관련 다섯 번째 추경이 되는 셈이다. 민주당은 우선 “당론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민주당 신동근 최고위원은 23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내년 본예산에서 3차 재난지원금 용도로 3조원을 편성했는데,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라며 “추경 편성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간 ‘코로나19 5차 추경’ 가능성은 당 안팎에서 암암리에 거론됐지만, 당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 의원 발언은 본예산의 ‘3조원+α(플러스 알파)’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임대료 지원 논의가 본격화하기 전에 책정된 만큼, 추가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신 의원은 “자영업자들의 임차료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뜻에서 ‘임대료 멈춤법’ 등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지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할 상황도 아니다”라며 “코로나 사태가 야기한 임대료 문제는 고통 분담과 적극적인 재정투입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추가 추경으로 발생할 재정 적자 심화 우려에 대해선 “재정 건전성을 위해 일시적으로 법인세나 소득세에 대한 기본 공제를 줄여 환급 규모를 낮추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는 지난 9월 4차 추경안을 통과시키며 1961년 이후 59년 만에 한 해 네 차례 추경을 편성했다. 앞서 정부는 4차 추경 편성으로 올해 우리나라 국가채무가 846조9000억원에 달하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9.8%에서 43.9%(경상성장률 0.6% 기준)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민주당은 일단 ‘신중론’을 펼치며 추경 가능성을 부인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아직 추경은 개인 의견”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낙연 대표도 내달 추경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 대해 “그렇게 빨리 되겠나”라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꽁꽁 묶였는데 돈을 쓰라고 하는 것이 말이 되나”라고 반문했다.
재정 당국도 추가 경기 대응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추경에는 선을 긋는 모양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겸 제7차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도 경기회복의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도록 연말·연초 꼭 필요한 경기 대응에도 만전을 기해 나가겠다”면서도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세액공제 확대나 추경 편성 등 이런 장기간 제도개선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정책 메뉴는 고려하고 있지 않고, 또 그럴 시점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의 자금 숨통을 틔우기 위해 9000억원 규모의 긴급지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거리두기 조치로 집합 및 영업이 제한된 업종으로 지정된 실내체육시설·식당·카페·PC방·미용실 등이 대상으로, 피해기업에 총 8000억원 규모의 융자를 연 1% 미만 금리로 지원하고 1000억원 규모의 선결제 상품권을 발행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동수·정지혜 기자, 세종=박영준 기자 ds@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