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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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팬 사찰 논란 키움 어떤 징계 내릴까

허민 갑질 논란 제보자 사찰 의혹
이택근, 품위손상징계요구서 제출
정 총재, 상벌위 최종 결정 또 유보
“해당 사안 조금 더 숙고하겠다”
31일 임기 만료 앞두고 ‘수위’ 관심
지난 6월 퓨처스리그 훈련장에서 2군 선수를 상대로 연습투구를 하며 ‘갑질 논란’을 일으켰던 허민 키움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이 이를 제보한 팬을 사찰했다는 의혹 속에 KBO 상벌위 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허 이사장이 지난 2월 애리조나주 전지훈련 연습경기에 투수로 나선 모습. 연합뉴스

최대주주인 이장석 전 대표가 KBO에서 영구제명된 뒤 키움 히어로즈는 구단의 관리 감독을 책임질 이사회 의장으로 허민(44) 위메프 창업주를 뽑았다.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를 운영하기도 했고, 포크볼을 연마해 본인이 직접 미국 독립리그의 선수로 나서기도 할 만큼 야구에 대한 애정이 깊어 구단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이런 허 의장이 지난 2월 키움의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직접 투수로 마운드에 오를 때만 해도 구단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 이벤트로 여겼다. 그런데 6월 허 의장은 퓨처스리그 훈련장에서 2군 선수들을 상대로 공을 던진 장면이 보도되며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후 키움은 선수를 동원해 허 의장의 투구 모습을 촬영해 방송사에 제보한 팬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최근 이택근(은퇴)이 KBO에 관련 내용을 담은 ‘키움 구단과 관계자에 관한 품위손상징계요구서’를 제출해 논란은 더욱 커졌다.

결국 이 문제는 지난 22일 열린 KBO 상벌위원회에 회부됐다. 소명 자료를 제출할 시간을 달라는 키움 구단의 요구로 23일까지 이틀에 걸쳐 상벌위가 열렸지만 정운찬 KBO 총재는 키움 구단 징계에 대한 최종 결정을 유보했다. KBO는 “정 총재가 상벌위 결과를 보고받았으나, 해당 사안에 대해 좀 더 숙고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운찬 KBO 총재

이제 정 총재가 징계안을 두고 장고에 들어간 모양새다. 정 총재의 결정에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상벌위 의견과 여론 사이의 괴리 때문으로 보인다. KBO는 지난 3월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경영 파문 때 제재금 2000만원이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려 여론의 따가운 질타를 받은 바 있다. KBO는 당시 “리그의 가치를 훼손하는 중대 사안이 또 발생할 때는 신인 지명권 박탈, 리그 제명 등 강력한 대응책을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법률전문가 등이 포함된 상벌위원들은 허 의장이 직접 개입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기에 허 의장 제재는 불가능해 강력한 징계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추후 법정으로 갈 경우 승소 가능성이 작다는 점도 고려됐다. 하지만 또다시 가벼운 제제라면 제대로 된 징계가 아니라는 여론의 따가운 비판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정 총재는 오는 31일로 자신의 임기를 마친다. 임기 동안 적지 않은 비판에 시달렸던 정 총재로서는 명예로운 퇴진을 위해 많은 사람이 납득할 징계안을 도출하고자 고심 중이다. 특히 KBO가 키움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경우 키움 측이 법정 다툼을 벌일 전망이라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