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독립공원 한쪽에 독립문이 우두커니 서 있다. 일본으로부터 자주독립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쯤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독립문은 대한제국 때인 1897년 세워졌다. 중국 사신을 영접하던 사대 외교의 표상인 영은문(迎恩門)을 헐고 그 자리에 건립됐다. 독립의 상대가 청나라 즉 중국이다. 사드 보복으로 드러난 중국의 협량과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중국의 일부이곤 했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왜곡된 역사관, 북한 핵 개발의 사실상 묵인국, 툭하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하는 안보 위협 등 중국은 이제 ‘경계 대상’이 되고 있다. 독립문이 새롭게 인식되는 이유이다.
지정학적으로 중국은 한국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총부리를 겨눴던 6·25전쟁의 상흔을 딛고 맺은 1992년 국교 정상화 이후에는 경제적으로 상호 의존도를 크게 높여왔다. 수교 초기에는 풍부한 저가 노동력이 우리의 제조업 생산기지 역할을 했다. 무제한적 시장도 제공했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 옛말이다. 외려 생필품·인공지능(AI) 등 여러 분야에서 한국을 추월했고, 반도체도 바짝 뒤쫓아 오고 있다. 중국은 이제 더 이상 짝퉁의 나라가 아닌 무서운 나라가 됐다.
‘차이나 인사이트 2021’과 ‘중국, 새로운 패러다임Ⅱ’는 거침없이 추격하는 이웃집 거인 중국의 달라진 위상과 변화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대응하기 위한 처방전을 담은 책이다.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의 30%를 차지할 뿐 아니라 국가와 기업이 똘똘 뭉쳐 제4차 산업혁명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자칫 중국의 추격에 밀리면 우리나라는 국가 생존을 위협받게 될 수도 있다. 중국을 읽어내는 일은 당대는 물론 후대의 삶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시대적 과제이다.
차이나 인사이트 2021/한우덕·정용환·김경미·이승호·홍성현/올림/1만8000원
‘차이나 인사이트 2021’은 중국포털 차이나랩과 중국통 기자들이 중국 사업의 최신 흐름과 치열한 글로벌 경제전쟁의 실상을 파헤치고, 한국경제가 나아갈 길을 제시한 책이다. 공저자들은 “중국은 우리 기업의 무덤이라는 얘기가 나온 지 오래다. 다 털리고 철수하는 기업도 나온다.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정치 리스크가 한국 기업을 몰락의 길로 내몰기도 한다”고 현실을 직시한 뒤 중국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들은 우리가 중국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지적한다. 중국어 할 줄 아는 사람은 많은데 중국 전문가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면서 중국 대학은 학과와 편제를 벗어날 정도로 유연하고 파괴적이기까지 하며 미래 인재를 키워내고 있는데 우리 현실은 어떠한지, 중국에서 뜨는 산업은 무엇인지, 중국의 소비 패턴은 어떤지 등을 구체적으로 파고들었다. 특히 요즘 급부상한 게으름뱅이들을 위한 산업 소개는 기업인들의 귀를 솔깃하게 할 정도이다.
책은 나아가 미·중 경제전쟁에 초점을 맞춰 미국은 왜 그토록 강력하고 집요하게 중국을 견제하는지, 화웨이를 가만두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미·중 AI 전쟁의 승자는 과연 누구인지, 이베이는 왜 중국에서 보따리를 싸야 했고, 애플은 또 왜 중국에 백기를 들어야 했는지 답을 준다.
공저자들 관심은 ‘한국은 안전할까’로 모아진다. 가짜 약에 시름하던 중국이 미래 먹거리인 신약 개발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지 등을 소개한다. 나아가 중국 시장에서는 현지 기업에 밀려 팔 게 없고, 한국 시장은 중국 기업에 내줘야 할 판인 현실을 고발한다. 공저자들은 특히 ‘체제에 도전하는 것만 아니라면 규제하지 않는’ 중국의 신기술, 신사업에 대한 개방적 태도에 부러움을 표하며, ‘일단 규제부터 찾는 우리 공무원들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중국, 새로운 패러다임Ⅱ/최종현학술원 엮음/김민정 등 옮김/에쎄/2만4000원
‘중국, 새로운 패러다임Ⅱ’는 한국고등교육재단과 최종현학술원이 진행한 ‘중국이해’ 프로그램에서 발표된 특강을 정리한 것이다. 책은 신흥 세력인 중국이 기존 지배 세력인 미국의 주도권을 위협해 양국이 불가피하게 전쟁으로 치닫게 된다는 ‘투키디데스 함정’론을 주창한 하버드대학교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를 비롯해 세계적인 석학 23인의 중국론이 들어 있다. 1권은 국내 전문가들이 분야별로 중국을 분석한 반면, 이번에 나온 2권은 중국인 18명을 비롯해 미국인 3명, 대만·벨기에인 학자 각 1명이 미·중관계, 중국의 경제 부침, 일대일로, 한·중 관계, 중국의 역사인식을 주제로 발제했다. 대만대학교의 주윈한(朱雲漢) 교수는 중국의 부상이 전 세계 공동체에 미치는 함의와 중요성을 역사적으로 고찰하고, 중국이 들고 올 개혁 의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조정진 선임기자 jj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