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했다. 영국이 1973년 EU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지 47년 만에 양측이 완전히 갈라서면서 영·EU 관계에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24일 오후 1시44분(현지시간) 협상이 타결된 후 성명을 내고 “우리는 EU와 무관세·무쿼터에 기반한 협정에 서명했다”며 “영국은 다시 재정과 국경, 법, 통상, 수역의 통제권을 회복했다. 우리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완수했다”고 밝혔다. 2016년 6월 브렉시트가 국민투표에서 가결된 지 4년 반 만이다. 양측은 올해 1월31일 영국이 브렉시트를 단행한 뒤 혼란을 줄이고자 올해 말까지 무역·이동 조건은 종전대로 유지하는 ‘전환기간’을 뒀는데, 종료 시한을 불과 일주일여 앞두고 미래관계에 합의를 이룸에 따라 ‘노딜 브렉시트’의 파국을 피하게 됐다. 영국 의회와 EU 회원국 승인 절차도 연내 마무리될 전망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우리의 법과 운명에 대한 통제권을 다시 가져왔다”며 주권 회복을 강조했다.
EU 회원국이 유럽의약품청(EMA)의 조건부 판매 승인 권고 등을 기다려온 것과 달리 영국은 자체 승인을 거쳐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이미 시작했듯이 앞으로는 경제·사회·안보 등 제반 분야에서 EU 규제를 받지 않아도 된다. 대신 영국 국민은 이제 EU 내에서 90일 이상 머무르려면 따로 비자를 받아야 한다.
양측은 막판 최대 쟁점이었던 영국 근해 어업권과 관련해 한 발씩 물러나면서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1500쪽에 달하는 합의 세부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양측은 영국 수역 내 EU 어획량 쿼터를 앞으로 5년 반에 걸쳐 현재보다 25% 삭감하기로 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국내 산업계에서는 한·영 FTA가 이미 서명됐기 때문에 이번 협상 결과가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태영·이우중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