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이공계열의 학생연구원뿐 아니라 조교 등 ‘일하는 대학원생’들도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해 있다. 이들은 특히 경제적으로 부당한 처우나 인권 침해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7일 대학원생 인권단체인 ‘대학원생119’에 따르면 2018년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이 단체에 216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피해 사례는 폭언·폭행이 32건(14.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연구비 횡령(29건·13.4%) △논문투고 방해·졸업지연(28건·13.0%) △연구부정·저작권 강탈(25건·11.6%) △임금체불·무보수노동(21건·9.7%) 등이 뒤를 이었다. ‘사적 업무 지시’(13건·6.0%)와 ‘성희롱·성폭행’(11건·5.1%) 사례도 접수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전국 대학원생 조교 1만1679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90.6%(1만585명)는 업무 관련 계약 없이 근로를 제공했다고 답했다.
부당한 노동 지시, 인권 침해를 견디다 못한 대학원생들은 노동조합을 조직하는 등 목소리를 내왔다. 2016년 12월 동국대 대학원 총학생회가 ‘조교의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동국대 총장을 서울고용노동청에 고발한 사건도 있었다. 조교들이 대학 측을 고발해 검찰 수사까지 이어진 첫 사건이다. 대학원 총학생회는 동국대가 조교 458명에게 퇴직금과 연차 수당 등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고용부는 “학생 조교도 노동자”라며 서울중앙지검에 동국대 총장을 근로기준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의견 송치했다. 검찰은 지난해 이 사건에 대해 퇴직금 지급을 완료했다는 점 등을 들어 기소유예 결정을 내렸으나 행정조교의 근로자성을 인정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교육부 역시 이 사건을 계기로 대학원생 조교 운영과 복무조건을 보장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2018년 11월부터 전국 대학은 석사 또는 박사학위 과정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 조교들과 복무협약서를 체결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협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거나, 임금을 체불당하는 등 대학과 조교들 간의 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학원생 노조 등은 판례를 종합해 볼 때 조교의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보지만 교육부와 대학은 여전히 조교를 근로기준법과 무관한 존재로 보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