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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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예산안 놓고 곡예 하던 트럼프, 돌연 법안 서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제난 완화를 위한 5차 경기 부양법안과 내년 회계연도 연방 정부 예산안에 27일(현지시간) 서명했다. 미 의회는 약 9000억 달러 (약 1000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안과 1조 4000억 달러 (약 1540조 원) 규모의 2021 회계연도 연방 정부 예산안을 묶어서 통과시켜 경기 부양 효과가 증대될 수 있도록 했다. 미 의회는 지난 21일 이들 법안을 통과시킨 뒤 24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으나 그가 일반 국민에 지급하는 지원금을 600달러에서 2000달러로 증액할 것을 요구하며 서명을 거부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증액 요구를 즉각 수용했으나 여당인 공화당이 재정적자 증가를 이유로 이에 반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법안에 28일까지 서명하지 않으면 연방 정부는 29일부터 일시 업무 중단 상태를 뜻하는 셧다운에 직면하고, 경제난에 처한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실업 수당 수령 중단 및 임대료 미납에 따른 강제 퇴거 등으로 생계유지가 어려운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돼왔다.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두 법안에 즉각 서명하든지 아니면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공화,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회에서 법안을 재가결해 이를 무력화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총 2조 3000억 달러 규모의 연방 예산이 28일부터 집행돼 연방 정부는 셧다운을 피하고,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실업 및 폐업 등으로 경제난에 처한 미국인들이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미국인은 이 경기부양법안에 따라 성인과 아동 구분 없이 1인당 600달러의 지원금을 받고, 실직자는 주당 300달러의 실업 수당을 받는다. 또 주택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세입자는 내년 1월 말까지 강제 퇴거 금지 보호를 받고, 정부가 제공하는 250억 달러 재원을 통해 임대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번 경기부양안에는 또 미국인이 코로나19 백신 주사를 접종하는 데 필요한 지원금도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주한미군 감축 제한 등을 담은 7405억 달러 규모의 내년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이 해외 병력 운용에 관한 대통령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었다. 미 하원과 상원은 각각 28일과 29일에 전체회의를 열어 국방수권법안을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재가결해 이를 원안대로 시행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4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이 행사한 거부권이 무력화되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부양법안에 대한 서명을 미루면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 법안이 경제를 되살리고 코로나19 대유행을 억제하기 위해 새해에 취해야 할 더 많은 조처의 첫 단계이자 착수금”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취임하면 1월 또는 2월에 6차 경기부양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