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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명 사망'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공사 관계자 5명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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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실 통로 폐쇄 책임자에겐 집행유예
직접 행위자 아니라 과실범인 부분 고려
노동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지난 5월 1일 이천시 모가면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경기남부지방경찰청과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38명의 사망자를 낸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와 관련해 공사 책임자 5명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시공사가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해 화재 가능성을 키웠다”고 인정했지만, 유죄를 선고받은 5명 중 4명은 금고형과 금고형에 대한 집행유예, 벌금형을 받는 데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 9명 중 5명 유죄…“직접 행위자 아닌 과실범인 점 고려”

 

29일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1단독 우인성 부장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물류창고 공사 발주처 ㈜한익스프레스 태스크포스(TF) 팀장 A씨에게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400시간을 명령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시공사 건우의 현장소장 B씨와 같은 회사 관계자 C씨에게는 각각 징역 3년6개월과 금고 2년3개월을 선고했다. 

 

감리단 관계자 D씨는 금고 1년8개월, 하청업체 운영자 E씨는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금고형은 교도소에 수감되는 점에선 징역형과 비슷하지만 노동을 하지 않는다는 게 다르다. 

 

시공사인 건우법인에는 벌금 3000만원이 선고됐다.

 

이번 판결은 건설현장 화재 참사의 책임을 놓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맞물려 처벌 수위에 관심이 쏠려왔다. 하지만 법원이 발주처 관계자에게 시공사 관계자에 비해 가벼운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유죄를 선고받은 피고인들에게 ‘과실범’임을 강조하면서 일부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월 9명의 공사 관계자들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이어 결심공판에선 9명에 대해 징역 7년~금고 2년을 구형했다.

 

이날 법원은 같은 혐의로 기소된 다른 관계자 4명에 대해선 화재 원인과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고 무죄 판단을 내렸다.

 

우 판사는 “피고인들이 화재 발생의 직접 행위자가 아닌 점, 과실범인 점, 다수 인명피해 발생에 대해 반성하는 점을 비롯해 유족과의 합의 유무 등 제반 사정을 고려했다”고 전반적인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판결문에선 “피고인들은 산업현장에서 안전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며 책임을 강조했다. 

 

◆ 기계실 통로 폐쇄 책임자는 집행유예…화재 참사로 38명 사망

 

예컨대 기계실 통로를 폐쇄해 다수의 사망자가 나온 책임을 물어 기소된 A씨에게는 “객관적 주의의무위반이 인정되고, 책임이 조각된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시공사, 감리업체, 건축사 사무소 등으로부터 의견을 취합해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후 폐쇄 결정을 하였기에 실형 선고를 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판결 직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는 성명서를 내고 "이런 처벌로는 절대로 건설현장에서의 중대 재해를 막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운동본부 측은 “발주처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경영 책임자가 책임을 지도록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정안 심사를 받고 있다. 노동계는 중대 재해를 낸 사업주, 경영 책임자,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는 지난 4월29일 이천시 모가면의 지상 4층 규모 물류창고 신축 현장에서 일어났다. 이 사고로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경찰은 지하 2층에서 진행됐던 산소용접 작업이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발표했으나, 이날 판결에서 법원은 지상 3층 승강기 부근 용접 작업 과정에서 튄 불티가 승강기 통로를 통해 지하 2층 승강기 입구 주변 가연성 물질로 떨어져 화재가 발생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천·여주=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