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출산율 감소·고령화에 기름 붓는 코로나

한은 ‘인구구조 변화 여건 점검’ 보고서

감염 확산에 혼인·출산 등 연기
적령기 놓치면 포기 가능성 높아
혼인율 하락 OECD서 가장 빨라
2022년 출산율 0.72명 하회 우려

2040년엔 가장 고령화 국가 전망
연구진 “관련정책 대응 강화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한층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022년 합계출산율이 통계청의 비관적 시나리오인 0.72명 밑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조사국 거시재정팀의 김민식 차장 등 연구진은 30일 ‘포스트(後) 코로나 시대 인구구조 변화 여건 점검’ 보고서에서 이처럼 밝혔다.

연구진은 코로나19에 따른 직접적 인구 피해가 국내에서는 작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여진이 기업의 위험회피와 자동화 투자 등으로 인한 채용 감소, 낮은 혼인율, 저출산 등으로 이어지며 상당 기간 인구 변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0명대(0.98명)를 기록한 이후 2020년 3분기 현재 0.84명으로 떨어졌다. 통상 4분기에는 출산율이 더 낮아지는 경향이 있어 2020년 연간으로는 0.85명을 하회할 가능성이 크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출산율에 영향을 미친다면, 2021년 초부터는 그렇지 않아도 낮은 출산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출산율 감소에 따른 고령화도 필연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 인구 비율은 1960년대 OECD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지만 2040년에는 일본을 앞서 전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국가가 될 전망이다.

 

혼인율도 하락 중이다. 혼인율은 1년 뒤의 출산율을 예상할 수 있는 선행지표로, 이 역시 하락 속도가 OECD 중에 가장 빠르다. 2020년 현재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나타내는 조혼인율은 3.7건에 그치고 있다.

통상 대규모 재난 이후에는 베이비붐 현상이 나타나 인구가 늘어나지만, 이번에는 이런 현상도 기대하기 어렵다. 과거 재난이 끝난 후 출산율이 급반등한 데는, 자녀를 잃은 데 따른 출산 유인과 희망적인 사회 분위기 조성 등이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는 사회 전반의 경제적·심리적 불안을 크게 고조시키면서 오히려 혼인·출산 결정을 취소 혹은 연기 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취업자 수가 급감하는 등 고용불안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 혼인 건수도 2020년 3∼9월 중 전년 동기 대비 1만6000건(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결혼을 연기하는 기간이 늘어날수록 출산 적령기를 놓치게 되고 자녀관에 대한 변화 등이 더해지면서 이후 결혼을 하더라도 첫째 자녀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가 늘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예상이다.

연구진은 “최근 인구구조 변화 여건과 출산율 추세가 크게 변한 점을 감안하면 (2022년) 합계출산율 추이는 기존 중위보다는 저위 시나리오에 가까울 가능성이 크고, 보다 비관적인 입장에서는 저위 수준을 하회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저출산이 거시경제에 위협이 되는 만큼 혼인·출산정책 대응 강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