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경제단체장들이 2021년 신년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국내 정책 역시 기업에 부담을 주는 방향으로 가면서 산업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고 성토했다. 이어 내년에는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경영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정치권의 기업 규제법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손 회장은 “지난 몇 년간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에 따른 급격한 경영 악화에 더해 2020년에는 상법, 공정거래법, 노조법 개정안 등 기업의 경영활동을 제약하는 법안들이 무더기로 입법화됐다”면서 “더욱 악화되는 환경 속에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위축되고 민간 부문의 경제 활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해에는 민간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안정적인 제도 환경’을 뒷받침해주는 것에서부터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의 출발점을 만들어가야 한다”면서 “규제는 대폭 완화하고 기업의 조세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역시 “2021년은 우리 경제가 ‘생사의 기로에 서는 한 해’가 될 수 있다. 흔히들 위기는 기회라고 말하지만 앞서가는 해외기업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에게 기회의 문이 언제까지 열려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면서 “절박한 심정으로 산업구조를 혁신하지 않으면 우리는 잃어버린 10년, 20년을 맞이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이어 “한국 기업에만 족쇄를 채우는 규제나 비용부담을 늘리는 정책을 거두고, 더 많은 기업인들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시장에서 맘껏 뛸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촉구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경제·사회가 성숙하기 위해선 법으로 규제하고 강제하기보다 자율적인 규범이 작동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무리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자율 규범이 형성될 수 있도록 조언과 격려를 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산업 안전과 집단소송제 관련한 법안과 정책 논의가 활발한데, 경제계와 소통하면서 수용 가능한 대안과 실천 가능한 해법을 모색해 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중소기업인의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한 투자 확대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나설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새로운 규제 입법을 막고, 기존 규제는 혁파하겠다”고 말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관련해서는 “법 제정 논의를 중단하거나 최소한 중소기업 대표는 경영활동이 가능하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도 신년사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추진하고 있는 정치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강 회장은 “귀책 사유와 발생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운데도 기업을 처벌한다면 그릇된 정치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중대 자유민주주의 및 시장 경제 파괴자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 경제에 대한 주문도 있었다.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은 “코로나19 위기에도 우리는 4년 연속 수출 5000억달러를 달성하고 세계 7위 수출 강국 위상을 지켜냈다”며 “우리 무역이 코로나 위기를 신속하게 극복하고 수출 활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남혜정·백소용·이우중 기자 hjn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