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역사 강사 설민석(50) 씨가 역사 왜곡 및 논문 표절 논란으로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기로 하자 30일 인터넷에는 설씨를 옹호하는 여론과 비판하는 여론이 첨예하게 갈렸다. 역사를 쉽고 재밌게 소개해 국내에 역사 붐을 일으킨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며 그의 하차를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반면 방송 뿐 아니라 국내에서 수십만 부의 역사책이 팔릴 정도로 영향력이 큰 설씨가 잦은 왜곡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실수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학자들이 못한 역사 대중화 기여 인정해야”
초등학교 5학년생 자녀를 둔 김모 씨는 “역사학자들이 TV에 나오면 지루해서 채널을 돌리곤 했는데 설씨는 연극영화과 전공의 강점을 살려 몰입도 있게 끌어주셔서 세계사도 드라마처럼 봤다”며 설씨의 강의력을 높게 평가했다. 이어 그는 “아이 뿐 아니라 어른인 나도 설씨 덕분에 한국사에 빠지게 됐으니 그걸로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설씨는 단국대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그는 특유의 연기력과 발성을 살려 강의를 스토리텔링식으로 흥미롭게 진행했다. 이 때문에 한국사를 싫어하는 학생들도 그의 강의는 재밌게 들었다거나, 덕분에 한국사 자격증도 도전하게 됐다는 평이 많다.
한 누리꾼은 “이제 설민석이 사라지면 누가 역사를 알려 하겠나. 이제 그가 사라지면 다시는 역사를 이렇게 널리 대중화하는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은 “역사 전공자라고 해서 역사 속의 디테일한 부분을 모두 다 아는 것도 아니고 교수나 박사들도 자신들이 자세히 파고드는 부분만 아는 것”이라며 “학부 시절부터 역사 전공했던 분들이 그동안 못했던 역사 붐을 일으킨 주역(설씨)을 난도질할까 봐 겁난다”라며 설씨를 걱정했다.
아이디 aldi****를 쓰는 누리꾼은 “역사는 정확한 사실이라기보다는 여러 가지 시각으로 보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며 “논문 표절 건은 본인도 인정했고,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으니 괜히 사람 잡지 말고 역사 잘 이야기해줄 자신 없으면 이분의 노고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급력 있는 사람이 잘못 전달했다면 자격 없는 것”
반면 설씨가 역사에 흥미를 갖게 했더라도 잘못된 역사를 알려줬다면 지탄받아 마땅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전공자가 아닌데도 무리하게 강의 영역을 확장하다가 결국 왜곡 논란에 휩싸인 것은 예견된 참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파급력 있는 사람이 잘못 전달한 지식이 매우 걱정스럽다”며 “아이들에게 재밌게 전달한 것이 왜곡됐다면 그건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이디 dlde***를 쓰는 한 누리꾼은 “말은 귀에 쏙쏙 들어오게 잘하는데 그런 재주로 역사 왜곡을 하면 안된다”며 “일본이 역사 왜곡을 하면 큰일이고 우리 귀를 즐겁게 해준 사람은 괜찮은 겁니까”라고 꼬집었다.
역사학자들 사이에서도 설씨의 강의나 책을 둘러싼 왜곡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안정준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설민석이 (사과하고) 납작 엎드리는 가운데 방송은 예정된 강의들을 그대로 진행하고, 사람들은 또다시 그의 예능 강의를 계속 듣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연예인들이 실수를 저지른 후 논란이 일면 사과하고, 잘못이 잊혀질 즈음 방송에 복귀하는 듯 설 씨가 언젠가 다시 비슷한 인포테인먼트(정보를 겸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것이라는 의미다.
안 교수는 “과연 설민석의 문제점이 단순히 팩트 오류뿐일까”라며 “그의 강의를 통해서 전달하려고 하는 결론과 메시지가 갖는 사회적 해악이 더 큰 것이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설민석의 강의는 예능프로의 숙명이겠지만, 사람들이 익숙한 주제를 선정하고,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방향으로 스토리라인을 구성해 결론을 이끌어내는 식”이라며 “이 과정에서 대중들에게 익숙한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적 정서를 중심에 두는 가운데 마지막 결론부에서 그놈의 ‘올바른’ 역사관을 강조하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식으로 마무리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설씨는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서의 역사 왜곡과 석사 논문 표절 논란에 휘말렸다. 결국 설씨는 전날 “석사 논문표절 사태로 많은 분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머리 숙여 사죄했다. 그는 “책임을 통감하여 앞으로 출연 중인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겠다”며 “겸손한 마음으로 다시 더 배우고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설씨가 출연 중이던 tvN 프로그램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와 MBC 프로그램 ‘선을 넘는 녀석들(선녀들)’ 방송 제작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선녀들 제작진은 “설민석 씨가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됐다”며 “향후 프로그램의 방향에 대해 논의 중이며 이번 주 방송은 결방된다”고 밝혔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