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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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장지에 추모 물결…학계·시민단체 “양부모에게 살인 혐의 적용해야”

안타까운 죽음 분노·슬픔 교차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나온 정인양의 생전 모습. 방송 화면 캡쳐

 

생후 16개월 정인이가 양모의 상습적인 폭행·학대로 사망에 이른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정인양이 잠든 경기 양평군 서종면의 어린이 전문 화초장지인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화초장지는 화장한 유골을 화초 주변에 묻는 화초장 방식이다.

 

이날 장지에는 수십 개의 꽃과 동화책, 장난감, 간식 등이 놓였다. 또 언론보도를 보고 늦은 시각까지 수십 명이 장지를 찾아 정인이의 명복을 빌었다.

 

스케치북 방명록에는 ‘정인아 미안해 우리가 바꿀게’, ‘정인아 다음 세상에선 행복해’ 등 애도의 글로 채워졌다.

4일 경기 양평 공원묘지에 양부모에게 장기간 학대를 당해 숨진 정인양을 추모하는 편지와 물건들이 쌓여 있다. 뉴스1

안데르센 공원묘원을 관리하는 송길원 목사는 “정인 양 장지에 어제와 오늘 족히 100명은 넘게 찾았다”며 “어린이 화초장과 수목장을 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이 같은 추모 물결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송 목사는 이어 “어떤 분은 어린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제사상을 차려왔고, 연가를 내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오는 분도 있어 기억에 남는다”며 “정인 양 사건을 계기로 또 다른 아동학대 피해자가 없는 세상이 오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당시 생후 16개월이었던 정인양은 양모의 상습적인 폭행으로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정인양은 생후 7개월 무렵 양부모에게 입양된 이후 꾸준히 학대 당해 입양 271일 만에 하늘로 떠났다.

 

입양 이후 어린이집 교사 등이 세 차례나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그때마다 내사 종결 혹은 무혐의 처분을 내려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고 처리와 감독 업무를 맡았던 경찰관들은 사건이 수면위로 떠오른 뒤 단순 ‘경고’ 등의 가벼운 징계를 받았다.

 

사건을 조사한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지난해 12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장씨를 구속기소했다. 구속기소 직후 적용 혐의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정인양이 부모의 장기적 학대로 사망했음에도 살인 혐의가 적용되지 않아서다.

 

이와 관련 학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