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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사건’ 들끓는 여론… 檢, 사인 재감정 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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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월 입양아 학대 사망’ 파장 확산
양모 살인혐의 적용 가능 여부 조사
文대통령 “입양 관리·감독 강화 필요”
각계 애도 물결… “양부모 엄벌” 성토
정인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지난해 10월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이가 안치된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를 4일 찾은 한 시민이 ‘정인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며 추모 메시지를 적고 있다. 양평=연합뉴스

16개월 여아 정인이를 방임과 학대로 숨지게 한 양부모를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성토가 확산하고 있다. 양모를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구속기소한 검찰은 여론이 악화하자 살인 혐의를 적용할 만한 정황이 있는지 살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입양 아동 사후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관계 당국에 지시했다.

4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지난달 전문 부검의 3명에게 정인이의 사망 원인 재감정을 의뢰했다. 검찰은 지난달 양모인 장모씨를 기소하면서 아동학대 치사와 아동 유기·방임 등 혐의를 적용했다. 살인죄를 적용하려면 범인이 피해자를 죽이겠다는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고, 사망에 이를 만한 위력을 가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했다. 정인이는 등 쪽에 가해진 강한 충격으로 인한 복부 손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정확히 어떤 방법으로 충격이 가해졌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양모 장씨는 정인이를 들고 있다가 떨어뜨려 사망했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불상의 방법’으로 충격이 가해졌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재감정의 주목적도 당시 사망에 이르게 된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는 것이다. 등 쪽에 가해진 충격의 정도가 고의나 미필적 고의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면 살인죄가 성립할 수 있다. 재감정 결과에 따라 검찰이 재판부에 공소장 변경을 요청해 장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수도 있는 셈이다.

 

시민들은 재판부에 수백 건의 진정서를 제출하고, 검찰청사 앞에 근조화환을 보내며 가해자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도록 요구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등 아동 단체들 역시 “입양 이후 몇 달씩 지속해서 학대했고, 장기가 파열될 정도로 심각한 충격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했는데 살인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엄벌을 촉구했다.

 

법조계에서도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수연 공보이사는 “사망한 아동의 피해 정도를 봤을 때 ‘이 정도 상황이면 아이가 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객관적 예상이 가능한 상황으로 보인다”며 “가해자가 살해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하더라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0년 11월 11일 생후 16개월 입양아 학대 치사 혐의를 받는 양모 A씨가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살인 혐의가 적용되면 장씨의 형량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르면 살인죄는 기본 양형이 10∼16년이고, 가중 요소가 부여되면 무기 이상의 중형도 선고가 가능하다. 하지만 아동학대치사죄 기본 양형은 4~7년으로 살인죄의 절반도 안 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매우 안타깝고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입양 절차에 대한 관리·감독뿐 아니라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는 입양 절차에서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이어야 한다는 입양특례법 4조의 원칙이 철저하게 구현되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4일 경기 양평 한 공원묘지에 양부모에게 장기간 학대를 당해 숨진 정인양을 추모하는 편지와 물건들이 쌓여 있다. 뉴스1

정인이를 애도하는 물결도 확산세다. 지난해 10월 16일 정인이가 안치된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는 이날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장지에 수십 개의 꽃과 동화책, 장난감, 간식 등이 놓였고, 늦은 시각까지 수십 명이 찾아 정인이의 명복을 빌었다. 세계적 그룹인 방탄소년단(BTS)도 동참했다. 멤버 지민이 전날 팬 커뮤니티에 ‘#정인아 미안해’라고 올리자 국내외 팬들이 SNS해시태그와 함께 정인이 사건을 알리고 엄벌 촉구 진정서를 작성하는 방법을 공유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할 것 없이 아동학대 형량 2배 강화나 가해자 신상 공개 등 서둘러 처벌 강화 대책이나 맞춤형 대책을 만들겠다고 뒤늦게 팔을 걷어 붙였다.

 

이희진·장혜진·이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