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적 화학 운반선이 4일(현지시간) 오전 호르무즈 해협의 오만 인근 해역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되면서 정부가 5일 긴급 대응에 나섰다. 외교부는 싸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를 초치해 조속한 억류 해제를 요청할 예정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들을 만나 이란의 한국 선박 억류에 대해 “조속히 나포 상태가 풀릴 수 있도록 외교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 대처에 대해 “어제(4일) 1차 대응을 했고, 주한이란공관과 주이란한국대사관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계속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장관은 억류 동기가 한국 내 은행에 예치된 이란중앙은행 명의의 원화 자금 동결에 대한 불만이라는 분석에 대해 “지금 그런 것을 섣불리 이야기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일단 사실관계를 먼저 파악하고 우리 선원 안전을 확인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고경석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장은 이날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를 초치해 조속한 억류 해제를 요청키로 했다. 샤베스타리 대사는 오전 외교부를 방문했다가 취재진이 많은 것을 보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오후 다시 샤베스타리 대사를 부를 예정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전날 성명을 내고 오전 10시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를 나포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인 선원 5명을 포함해 총 20명의 선원이 타고 있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혁명수비대는 설명에서 “이 조치는 해당 선박이 해양 환경 규제를 반복적으로 위반한 데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란 혁명수비대의 목적은 한국에 동결된 최대 90억 달러(약 9조7000억 원)로 추정되는 원유 수출대금을 돌려받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2019년 호르무즈 해협 ‘항행의 자유’를 위한 한국의 파병을 요청하자 이란 측은 단교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여기에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로 한국 정유·화학회사가 수입한 이란산 원유 수출대금 최대 90억 달러가 동결되면서 이란 정부의 반발이 더욱 거센 상황이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원유 수출대금 동결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이란을 방문하는 일정을 조율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