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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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韓선박 나포’ 관련 주한 이란대사 초치해 유감 표명

이란 혁명수비대 해양오염 문제 이유로 제시했지만 석연찮아
‘원유 수출대금 반환’ 일각 분석… 강경화 “선원 안전 확인 급선무”
이란의 한국 유조선 억류와 관련해 초치된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이란대사가 5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 도착,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외교부는 이란 당국에 나포된 한국 국적의 화학물질 운반선 ‘MT한국 케미호’(9797t)의 억류(나포)와 관련해 주한 이란대사를 초치했다.

 

고경석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장은 5일 오후 1시10분쯤 외교부에 도착한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와 만났다. 고 국장은 샤베스타리 대사와 면담에서 이란 당국이 한국 국적 선박을 억류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조속한 억류 해제를 위한 긴밀한 협력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며 취재진과 마주친 샤베스타리 대사는 나포 이유, 국내에 동결된 이란 자금과 나포의 관련성 등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외교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30분쯤 호르무즈 해협의 오만 인근 해역에서 항해 중이던 한국케미호는 이란 당국의 조사 요청에 따라 이란 해역으로 이동했다. 한국케미호는 N-뷰틸 아크릴레이트와 메탄올 등을 싣고 그제 사우디아라비아를 출발해 항해 중 공해상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군인들에게 나포됐다. 이 과정에서 우리 선원은 총으로 위협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랍에미리트(UAE)를 향하던 한국 유조선 ‘한국케미호’(9797t)가 지난 4일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 사진은 이란 국영 방송 IRIB가 공개한 현장 모습. 뉴시스

선박에는 선장을 포함한 한국 선원 5명과 미얀마인 11명, 인도네시아인 2명, 베트남인 2명 등 모두 20명이 타고 있었다. 이란 측은 환경오염 문제를 들며 ‘해양규제를 반복적으로 위반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나포 경위는 설명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한국케미호의 선사인 디엠쉽핑은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았다며 이란 측 나포 사유에 반박했다. 선사 관계자는 “해양 오염을 할 이유는 전혀 없다”며 “주변에 배가 엄청나게 많아 만약 해양오염을 했다면 벌써 신고가 들어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카타르 국영 언론인 알자지라는 한국케미호 나포가 미국 제재에 따라 한국 시중 은행 계좌에 동결된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 70억 달러(약 7조5700억원)을 돌려받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의 선박 억류 동기에 대해 “지금 그런 것을 섣불리 이야기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일단 사실 관계를 먼저 파악하고, 우리 선원의 안전을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이고, 조속히 나포 상태가 풀릴 수 있도록 외교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만의 무스카트항 남쪽 해역에서 작전 수행 중이던 청해부대 최영함은 이날 새벽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도착해 임무 수행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