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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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정인이 수사의뢰 못 받아”… 아동보호기관에 책임 미루나

3차 학대신고 상황 국회 보고자료
‘기관, 분리 판단 유보’ 면피성 표현

1·2차 신고 때 내사종결·불기소
김창룡 경찰청장, 대국민 사과
‘파면 청원’ 양천서장 대기발령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 관련 경찰의 대처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 6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로 한 시민이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입양 가정에서 학대받다가 사망한 정인이(당시 16개월) 사건과 관련해 부실 대응 논란에 휩싸인 경찰이 책임을 민간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에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6일 경찰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보고한 ‘양천 아동학대 사망 사건 관련 법·제도적 필요조치 검토’ 자료를 세계일보가 입수해 분석한 결과, 정인이에 대한 학대의심 3차 신고 접수 당시 상황에 대해 경찰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별도 수사의뢰하지 않음”이라고 강조했다. ‘조치상 미흡한 점’에서도 “분리조치 검토 시 경찰-아보전이 상호 판단 전가 및 아보전이 임시조치 신청 요청 시 자체 판단이 가능함에도 기계적으로 경찰에 판단 유보”라고 지적했다.

 

정인이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는 지난해 5월 25일 어린이집 교사, 6월 29일 일반 시민, 9월 23일 소아과 의사 등을 통해 4개월에 걸쳐 세 차례 접수됐다. 세 번째 출동한 경찰은 앞서 두 차례 신고가 접수된 것을 알았지만, 정인이를 양부모가 있는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경찰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수사의뢰를 하지 않고 양부모와 분리 여부 판단도 하지 않았다고 부실 대응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담당이었던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은 1·2차 신고 때 경찰에 수사의뢰를 했다. 하지만 경찰은 1차 때 내사종결, 2차 때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3차 신고 당시에도 이 기관은 수사의뢰서를 작성했지만 1·2차 신고 때 경찰의 미온적 반응 탓에 결국 수사의뢰를 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6일 오전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안장된 정인 양의 묘지에 추모객들이 놓고 간 편지와 선물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아동학대 사건은 별도 수사의뢰가 없어도 경찰이 직접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저희도 꼼꼼하진 못했지만 동일한 아동을 여러 차례 수사의뢰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더구나 경찰에 112신고까지 접수됐고, 굳이 우리 쪽 수사의뢰가 없어도 경찰이 입건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아동보호기관과 경찰은 같을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아보전에 책임을 떠넘기는 건 ‘팀 킬’하는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강선우 의원은 “아동학대 중대사건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정확한 원인 파악이 가장 중요하다”며 “밖에서 이유를 찾을 것이 아니라, 경찰이 스스로 미흡했던 부분을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