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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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공안 몰이’에 각국 비판… “EU, 中과 투자협정 파기해야”

지난 6일 홍콩 센트럴 지역에서 로펌 '호쓰와이 앤드 파트너스' 소속 사무 변호사인 미국인 존 클랜시가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후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홍콩=AFP연합뉴스

홍콩 당국이 민주화 운동가들을 대거 체포하는 등 ‘공안 몰이’에 나서자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우려를 표명했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은 유럽연합(EU) 의회 의원들이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 체포에 대해 우려룔 표명하며 지난달말 체결키로 합의한 중국과 EU간 투자협정 승인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고 전했다.

 

베른트 랑게 EU 의회 국제통상위원장은 “홍콩의 상황은 중국과 투자 협정을 검토할 책임이 있는 의원들에게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정치적 자유와 인권에 대한 우려는 과거 무역 정책 논쟁에서도 주요한 쟁점이었고, 중국과 협정에서도 분명히 그렇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무더기 체포는 EU와 중국 투자 협정의 지속 가능성 약속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중국과 EU는 투자 협정 체결에 합의했지만, 아직 계약 전문이 공개되지 않았고, EU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EU 의회의 홍콩워치그룹 공동 의장중 한 명인 안나 포티가는 EU에 중국과의 협정이 홍콩 인권과 신장 위구르 지역에 미칠 영향에 대한 평가를 시작하도록 촉구했다.

 

벨기에 전 총리이자 EU 의원인 버로프슈타트는 “현재 상황을 볼 때 중국과 EU가 공통 가치를 공유하고 발전시킨다고 하는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홍콩인, 위구르인, 티베트인 등의 인권이 향상된다는 약속과 증거 없이는 중국과 투자 협정을 절대 비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EU의 행정부격인 집행위원회는 인권과 무역 문제는 별개로 취급돼야한다며 중국과 투자 협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홍콩 범민주진영 인사 약 50명이 지난 6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무더기 체포된 가운데 경찰이 앨버트 호(何俊仁) 전 민주당 의원의 사무실을 수색하고 있다. 홍콩=AFP연합뉴스

에릭 마메르 EU 집행위 수석 대변인은 “우리는 법치와 민주주의에 대해 중국과 별도의 대화를 하고 있고, 우리는 다른 분야에서 다른 방식으로 중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U의 다른 고위 관료들은 이에 대해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영국과 호주 등도 중국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홍콩과 중국이 이의를 제기하고 반대하는 정치적 견해를 박해화는데 사용한 국가보안법의 진정한 목적을 세계가 알게 됐다”고 말했다.

 

홍콩의 마지막 영국 총독을 맡았던 크리스 패튼은 “중국과 투자협정이 진행되면 글로벌 주요 정치 및 경제 주체로 인식돼오던 유럽의 입지가 조롱받게 될 것”이라며 “인권에 대해 침을 뱉고 국제 무대에서 중국 공산당의 신뢰에 대한 망상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혹독하게 비판했다.

 

마리즈 페인 호주 외무장관 역시 “호주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홍콩의 총영사관이 상황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며 “호주는 홍콩 국가보안법이 자치권, 민주주의 원칙, 법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계속 우려를 표명해왔다“고 지적했다.

 

국제 인권 감시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마야 왕 중국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홍콩에서의 실수로부터 다시 한번 배우지 못했다”면서 “억압은 저항을 낳고 수백만 명의 홍콩인들이 투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