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은 지난해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한 시정조치 촉구 성명서’를 주대한민국일본국대사관에 전달했다. 성명서에는 일본의 근대산업유산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 등재 및 산업유산정보센터 개관 등 강제동원과 관련한 역사 왜곡 문제를 조속히 시정조치하길 바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일반에 공개된 일본의 ‘산업유산정보센터’(도쿄 소재)는 논란 끝에 2015년 세계유산에 등재된 하시마(端島) 탄광 등 ‘일본 메이지 근대산업시설’ 총 23개 시설을 소개하고 있다. 일본이 당초 국제사회와 약속한 한국인 강제동원과 관련된 역사적 진실 소개가 아닌, ‘진실을 왜곡’하는 전시물과 영상들이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채우고 있어 한·일 간의 역사 왜곡 문제가 다시금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23개 시설 중 7개 시설에서 한국인 강제동원이 이루어진 것을 확인하였고,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한국인 등이 본인 의사에 반하여 강제동원된 후 가혹한 조건에서 노역한 일이 존재하며,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정보센터 설치 등의 조치를 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그러나 이는 산업유산정보센터 개관 이후에도 지켜지고 있지 않은 채 한·일 간의 첨예한 대립을 다시금 조장시키고 있다.
우리 정부가 추정하고 있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수는 국내외 780여만명이며, 이 중 한반도 외 지역으로 강제동원된 한인의 숫자는 125만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현지 또는 귀환 과정에서 희생된 숫자는 20만명에 이른다. 또한 우리 정부가 확인한 규슈(九州)와 야마구치(山口) 강제동원 작업장은 800개소 이상이며, 이 중 군수공장은 140개소에 달하고 있다. 이 지역의 강제동원 피해자는 3만7400여명, 현지 사망 2500여명, 행방불명 670여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지역의 대표적인 강제동원 기업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미쓰비시중공업·미쓰비시광업, 미쓰이광산, 신일본제철, 스미토모, 히타치 등이다. 이 중 미쓰비시중공업 나가사키 조선소 등은 1945년 8월 9일 원폭 투하 당시 및 그 이후 한국인 강제동원자들을 복구 작업에 투입해 나가사키(長崎)에서만 1만여명이 사망하고 2만여명이 피폭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 ‘군함도’로 잘 알려진 하시마로 보내진 강제동원 징용자는 철저하게 고립된 섬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열악한 노동조건과 폭력, 차별, 익사 사고 등이 뒤따랐는데, 이는 지옥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국인 피해자들은 증언하고 있다.
일본이 자랑하는 근대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의 이면에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피와 땀, 눈물, 강요된 죽음의 노동 등이 서려 있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강제 노역의 실태가 빠져 버린 산업유산정보센터의 전시내용은 근대산업시설의 일면만을 보여주는 부정확한 역사의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재단의 성명서처럼 일본이 진실로 국제사회에서 과거사 청산과 관련한 논란을 끝마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빛의 이면에 드리워진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희생과 그 역사적 사실 또한 올바르게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황동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운영관리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