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의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야당을 일본 제국주의 시절 인체실험 만행을 저지른 ‘731부대’에 빗대 물의를 빚고 있다. 이미 미국·영국 등에서 접종이 시작된 코로나19 백신은 ‘백신 추정 주사’라고 깎아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백신 확보를 서두르라고 청와대 참모진에 여러 차례 지시했는데, 여당 의원이 정면으로 맞서는 주장을 편 셈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서울 동대문구을)은 전날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주장, 백신 추정 주사를 놓아 코로나 마루타 하자는 것’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장 의원은 “현재의 코로나 백신은 국내에서는 완성품이 아닌, 백신 추정 주사일 뿐이다”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완벽하게 검증받지 못한 백신 추정 주사를 국민에게 주입하자고 하고 있다. 사실상 국민을 ‘코로나 마루타’로 삼자는 것인가”라고 적었다.
장 의원은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수십만명씩 나와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나라의 어쩔 수 없는 판단과 잘 대처하여 안전성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우리나라는 상황부터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온 국민이 노력하여 이룩한 K방역의 성과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는커녕, 무작정 백신주사부터 놓자는 무모한 발상”이라고 했다.
또 “국민의힘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국민의 노력을 고작 실험용으로 폄하하는 불순한 발상부터 반성하고 사과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목적이라 주장했던 일본의 731부대의 망령이 현재의 대한민국에 부활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야당을 힐난했다.
사실상 백신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야당을 일제에, 일반 국민을 마루타에 빗댄 것으로 해석됐다.
731부대는 일제가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에 주둔시켰던 세균전 부대이다. 1936년부터 1945년 패망하기까지 전쟁포로 등 약 3000명을 대상으로 인체실험을 벌인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일제는 실험에 동원된 피해자들을 ‘마루타’라고 불렀다. 일제는 패망 직후 자신들의 전쟁범죄가 국제사회에 알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피해자들을 살해하는 만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장 의원은 논란을 빚자 해당 글을 자진 삭제했다.
장 의원이 ‘백신 추정 주사’로 지칭한 백신을 문 대통령은 조기 확보하라고 청와대 참모진에 여러 차례 지시한 바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해 4월9일부터 12월8일까지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및 물량 확보 관련 지시를 13차례 내렸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28일 백신 개발사 모더나의 스테파네 반셀 최고경영자(CEO)와 27분간 직접 통화한 끝에 백신 2000만명분을 추가 공급받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이는 기존 계약 협상을 추진했던 2000만 도스보다 2배 늘어난 물량이라는 것이 청와대 설명이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