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의 무역 제재에 대한 반격으로 자국내에서 미국 제재 등에 참여하는 외국 기업에 대해 피해 소송을 할 수 있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국 뿐 아니라 한국, 유럽 등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중국이냐 미국이냐 선택의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9일 중국 상무부는 ‘외국 법률·조치의 부당한 역외적용을 저지하는 방법’이라는 상무부령을 발표하고 즉시 시행에 들어갔다. 이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속해서 중국 제재를 발표 중인 가운데 새해 첫 상무부령으로 발표됐다.
구체적으로 중국은 외국법률의 부당한 역외 적용에 대처하기 위한 업무 메커니즘을 만들고, 부당한 역외적용이 확인되면 국무원 상무관련 부처에서 해당 법을 따르지 않도록 하는 ‘금지령’을 내릴 방침이다.
또 부당한 법 적용으로 합법적 권익을 침해받은 중국의 개인과 법인이 중국 인민법원에 소송을 하고, 외국법을 준수한 상대방에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중국 기업이 ‘금지령’을 따르고 외국법을 지키지 않아 심각한 손실을 보면, 중국 정부는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실질적인 상황·필요에 따라 필요한 반격 조처를 할 수 있다는 규정도 포함됐다.
상무부는 “국가 주권과 안전, 발전이익 등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서 “외국법이 국제법을 위반해 역외에 적용되고, 중국인과 제3국 국민 간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부당하게 금지·제한하는 경우 관할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이 조치가 중국에 진출한 미국 및 외국 기업에 대해 미국의 중국 제재 또는 중국의 새 규정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압박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이 미국 금융 제재 등을 자발적으로 준수하는 기업을 막기 위한 프레임으로 사용이 가능하단 것이다.
매튜 마굴리스는 미·중 비즈니스위원회 중국 부문 부회장은 “새로운 규칙이 특히 어떤 규정을 준수해야할지 결정할 때 외국 기업에 냉혹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며 “중국은 미국에 본사를 둔 회사가 실제로 미국 법률을 준수할 수 없도록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할 수 있게 하는 많은 도구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로펌 스텝토앤존슨(Steptoe&Johnson) 홍콩 법인 변호사 니콜라스 터너는 “중국의 새 규정은 법원을 통한 금지 조치를 내리를 수 있는 체계로 미국 또는 기타 외국의 중국 제재 영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며 “중국 기업이 외국의 제재와 싸우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중국에 제공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이 같은 조치는 미국의 잇단 제재 조치에 따른 대응이다.
미국은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 다수를 ‘블랙리스트’에 올렸고,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비롯한 홍콩·중국 관리 다수의 금융거래도 제한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또 9일(현지시간) 미 외교관을 비롯한 관리들이 대만 당국자들과 접촉하는 것을 제한해온 자체 규제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수십 년 동안 국무부는 우리의 외교관, 군 장병, 다른 공무원과 대만 카운터파트들의 접촉을 규제하기 위해 복잡한 내부 제한을 만들었다”며 “스스로 부과한 이런 모든 제한을 해제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