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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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변경'으로 '공급 확대'…文 강조한 '빠른 효과' 가능할까?

당정, 용적률 상향 검토
일반주거지→준주거·상업지로 바꿔
“다주택자 양도세 인하 계획은 없어”
12일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당정이 서울 내 주거지역 용도변경을 통해 용적률을 높이고 주택 공급을 혁신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사실상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한 지 하루 만이다. 다주택자를 겨눈 양도세 인하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부동산 공급 정책 효과가 단기간에 시장에 반영되기 어렵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미 실기했다는 지적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12일 라디오방송에서 “고밀화나 용도변경을 통해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에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한 대책을 국토교통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서울 내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 및 상업지역으로, 준공업지구는 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을 해 용적률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윤덕 의원은 통화에서 “용적률을 높여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폭을 넓히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서울지역 고밀화에 따른 교통난과 주민 반발 등 관련한 후속 논의도 함께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오는 15일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세부적인 주택 공급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새로운 공급대책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이 같은 부동산 대책을 설 연휴 전에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다주택자를 겨눈 양도세 인하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과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투기 차단과 다주택자의 시세차익 환수, 공급 확대가 원칙”이라고 했다. 이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거나 완화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금 부동산 시장은 역대 최저 금리 속에서 사상 최대 유동성의 바다 위에 떠 있는 형국”이라며 “정책의 원칙과 일관성 유지가 어느 때보다 시장 안정화에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도세 강화는 투기성 주택자와 다주택자들이 시세차익으로 얻는 불로소득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다주택자의 양도 차익에 중과세한다는 ‘공평 과세’의 원칙을 가지고 부동산 안정화 정책을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들어 정부가 ‘공급 확대’에 역점을 두고 주택 정책 방향을 대폭 수정할 분위기지만 그 효과에 대한 의문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이제서야 인허가 등의 물량을 확대한다고 해도 실제 입주 등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이 전날 신년사에서 강조한 ‘빠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의 건설인허가실적 통계를 보면, 문재인정부 2년 차인 2018년 63만6494가구에 달했던 전국 주택 준공 건수는 2019년엔 51만8084가구, 지난해는 10월까지 39만77가구 등으로 매년 급감했다. 상대적으로 많았던 2018년 준공건수도 인허가 뒤 빨라야 2∼3년이 걸리는 공사 기간을 고려하면 이전 박근혜정부의 실적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해 보인다.

 

올해 입주 예상물량도 전국에서 46만 가구로 지난해 48만 가구보다 줄어든다. 선호도가 높은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만9600여 가구로 1년 전 4만9000여 가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즉각적인 공급 효과를 위해선 주택 거래 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의 ‘징벌적 과세’의 한시적 완화 등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 전국 주택보급률이 104% 달하는데 2019년 자가점유율은 58%에 그친다”며 “다주택자 보유 주택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인데 이를 시장에서 원활히 거래되게 하는 것이 최단·최선의 공급책”이라고 말했다.

 

배민영·나기천 기자 goodpoint@segye.com